[충청일보 사설] 충북 음성 출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권 행보에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지난 12일 귀국해 대국민메시지를 통해서 사실상 대선출마를 선언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저는 분명히 제 한 몸을 불사를 각오가 돼 있다고 이미 말씀드렸고 그 마음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 상황을 총체적 난관이라고 규정한 뒤 "부의 양극화, 이념, 지역, 세대 간 갈등을 끝내야 한다"며 "국민 대통합을 반드시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치권은 자신들의 이해관계만 따지고 있어 개탄할 일"이라고 지적하고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치교체를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정치권에선 반 전 총장 측의 대선 전략이 중도와 보수층을 아우르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민주당의 집권에 반대하는 세력을 결집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 반 총장은 이날 인천공항에서부터 본격적인 대권행보에 나섰다. 서울 사당동 자택으로 가면서 공항철도를 이용해 퇴근길의 시민들을 만났고, 다음날엔 주민센터를 들러 일반 주민처럼 전입신고를 마쳤다.이어 14일엔 고향인 충북 음성과 모친이 거주중인 충주를 방문했다.이런 모든 행보가 실시간으로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반 전 총장의 일정을 누구보다 관심 있게 바라보는 곳은 충청권일 것이다. 직접선거로 대통령을 뽑는 역대 선거에서 충청출신이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다만 민주당에선 안희정 충남지사가 대권 도전에 나서며 대전·충남과 충북 간 정서의 차이가 있다는 시각이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어찌됐든 같은 충청권이라도 자기 고장 출신에 대한 애정이 더 많이 쏠리는 것은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진보와 보수 측 각각의 경선을 통해 이중 한명이 최종 선거에 나서면 이때는 충청권이 정당, 여야를 떠나 한 마음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분간 대통령 선거에 충청권에서 후보를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서다. 이는 단순히 지역 이기주의의 발로가 아니라, 그동안 영남과 호남으로 양분된 우리나라의 패권주의를 이번에 충청권이 깨야 한다는 나름의 사명감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반 전 총장 측도 지역 색, 내지는 한 권역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충청권과 거리감을 두려고 한다는 소식이다.

안 지사 역시 외교, 안보, 경제, 복지 등 각 현안과 관련해 연일 신선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그동안 지역 후보가 대선에 나선 사례가 없어 변방에 머물며 '대선 결과의 민심 풍향계'라는 캐스팅 보트 역할에 만족해야만 했던 충청권이 올해 조기 대선에서는 중심지로 부상하면서 지역 민심은 누구에게 향할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