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완보 충청대 교수

[심완보 충청대 교수] 사회생활을 하면서 유용한 능력중의 하나는 다른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는 능력인 것 같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사람을 만났는데 몇 달 후 그 때 만났던 사람들을 다시 보게 되었을 때 필자는 기억이 어렴풋하여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머뭇머뭇 하고 있는데 그들의 이름을 정확히 기억해 내며 반가이 인사를 건네는 지인을 보면 그 초능력(?)이 한없이 부럽기만 한 적이 많다.

 얼마 전 모 일간지를 통해 900명 교인과 그 자식, 손자들의 얼굴과 이름을 모두 외운 목사님이 소개된 적이 있다. 그 목사님이 처음 교회에 부임해 갔을 때는 교회의 시설도 보잘 것 없고 교인 가운데 유명인사도 없어 교인들이 찾아 올만한 조건이 하나도 없는 열악한 환경이었다. 하지만 현실에 실망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교회를 잘 키워나갈까 고민하던 끝에 "선한 목자는 양들의 이름을 기억한다"는 성경 말씀을 실천하기로 했다고 한다.

 목사님은 매주 토요일에는 교인 명부를 보면서 교인의 이름을 다시 외웠고 다음날인 일요일 예배 때는 매번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부르며 출석 여부를 체크하고 예배가 끝난 오후 7시부터는 출석부를 보며 예배에 오지 못한 교인들이 몸이 아픈가, 사고가 난건 아닌가 걱정이 되어 전화를 걸고 찾아가 안부를 물었다고 한다. 이러한 정성으로 모든 교인들에게 관심을 보이고 정성껏 봉직하니 처음 부임해 갈 때는 몇 명 되지 않았던 교인수가 목사님이 은퇴할 때는 출석교인이 875명까지 늘었다고 한다.

 필자도 이름 기억하기에 관련된 추억이 하나 있다. 군 생활 초반 논산 훈련소에서 훈련을 마치고 자대 배치 받아 제일 처음 부여 받은 임무가 내무반에서 앞으로 같이 생활하게 될 40여명의 선임들에 대한 입대시기와 이름을 순서대로 외우는 일이었다. 기억력에 그다지 자신이 없었기에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고 당할 수모에 앞이 깜깜했다. 그러나 선임들에게 혼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밥 먹을 때도, 청소할 때도 심지어는 잠자리에 들어서도 외우고 또 외우니 몇 일후 40여명의 선임들 입대시기와 이름을 다 외워 군 생활 초반의 어려움을 무난히 넘겼던 기억이 난다.

 그 가능성을 경험한 후로는 내가 접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가급적 시간을 내어 외워 보려고 노력을 한다. 사람은 누구나 상대방이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느냐 아니냐의 여부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한다. 상대방이 자신에게 관심과 호감이 있다면 당연히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수업을 진행하면서 느끼는 것도 교수가 학생들 하나하나의 이름을 불러 주면서 수업을 진행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학생들의 수업에 대한 참여와 반응을 이끌어 내는데 많이 차이를 보인다는 것을 느낀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시인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필자도 타고난 기억력은 없지만 앞으로는 내 주변 사람들의 이름을 시간을 내어 외워서라도 정성껏 기억하고 불러 주리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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