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판에 8490원 판매
국내산보다 1천원 저렴
예상보다 구매율 저조

[충청일보 송근섭기자]"제사 때 쓸 계란을 사려고 하는데 국내산은 30알 짜리가 아예 없고, 흰색 계란을 사자니 수입산이라 괜찮을지 모르겠네요."

23일 오전 롯데마트 서청주점.

국내산과 수입산 계란 진열대를 오가며 고민을 반복하던 주부 강아름씨(34·여)는 끝내 결정을 하지 못했다.

'계란 대란'의 구원투수로 대량 수입된 미국산 흰색 계란이 이날 오전부터 전국 롯데마트 매장에서 판매되기 시작했다. 기존에도 10알·15알 짜리 흰색 계란을 일부 판매하기는 했지만, 30알 짜리를 대량으로 판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마트 서청주점도 이날 오전 11시 흰색 계란 240판을 매장에 진열했다.

30알 짜리 한 판 가격은 8490원으로 국내산과 비교하면 1000원 이상 저렴하다.

롯데마트에 판매되고 있는 국내산 계란 중 가장 저렴한 것은 '목계촌 농협중란'으로 15알 짜리 한 판이 4780원이다. 30알로 계산하면 9560원이다.

국내산에 비해 가격경쟁력을 갖췄음에도 소비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김애란씨(54·여)는 "아무래도 수입해 오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찝찝하고, 여러 면에서 우리 계란이 낫지 않을까 싶다"고 국내산을 구매한 이유를 밝혔다.

수입산에 대한 이 같은 반응을 의식한 탓인지 롯데마트는 흰색 계란 진열대 옆에 '항공직송! USD(美 농무성) 기준에 맞게 엄선된 신선한 계란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정밀한 안전검사 통과!'라는 문구가 적힌 광고판을 설치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6시까지 수입산 판매량은 약 40판 정도로 마트 측의 당초 예상에 못미쳤다.

흰색 계란을 구매한 소비자들도 가격·품질보다는 '새로운 상품'에 대한 호기심을 이유로 들었다.

주부 조정수씨(57·여)는 "집에 국내산 계란을 사다놓은 것도 있지만, 미국산은 뭐가 다른지 궁금해서 샀다"고 말했다. 다른 소비자들도 흰색 계란 진열대 앞을 지나갈 때 발걸음을 멈추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구경했지만 실제 구매하는 비율은 많지 않았다.

공급 확대로 인한 국내산 가격 하락 기대와 수입산에 대한 거부감 등이 맞물렸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보통 국내산 200판을 진열하면 하루 만에 다 팔렸기 때문에 수입산도 그 정도는 팔릴 것으로 예상했다"며 "아직까지는 소비자 반응을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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