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혜영 서원대 교수

[황혜영 서원대 교수] 얼마 전 휴일 저녁 여유를 누리려 라디오를 틀었는데 마침 드뷔시의 <달빛Clair de lune>이 흘러나왔다. 진행자는 영화 <프랭키와 자니Franky and Johnny>(1991) 속 라디오 방송에 이 곡이 나오는데 이 음악이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하였다. 또 이 영화는 게리 마샬 감독이 이 영화 직전에 만든 <귀여운 여인> 만큼 흥행은 못했지만 오래도록 감동을 주는 면이 있다고 하였다. 영화 속 라디오 방송에서 드뷔시 곡이 어떻게 나오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또 미셸 파이퍼가 나온다니 보고 싶기도 해서 그날 바로 영화를 다운받아 보았다.

 갓 출소한 자니는 감옥에서 요리를 맡은 덕분에 식당의 요리사로 취직하게 되고, 그 식당 웨이트리스 프랭키에게 반해 데이트 신청을 하는데 그녀는 예전 남자에게 받은 상처 때문에 자니에게 마음을 열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파티에서 가까워진 두 사람은 함께 사랑을 나누지만 프랭키는 도로 마음을 닫으려 한다. 그런 프랭키에게 자니는 진심으로 다가가고 두 사람은 그녀의 집에서 다시 사랑을 이어가려고 한다. 프랭키의 방 라디오에서 드뷔시의 <달빛>이 나오는데 이 곡은 영화 속 음악의 미자나빔이 된다.

 드뷔시의 잔잔한 음악은 프랭키의 마음에 은은히 스며들고 그녀는 자니에게 자신의 아픈 상처를 내보이며 마음 속 두려움을 고백한다. "나는 두려워요. 혼자되는 것도 두렵고, 혼자되지 못할 것 같아서 두려워요. 현재의 내 모습이 두렵고 원래의 내 모습이 아닌 것이 두렵고, 내가 어떤 사람이 될지 두렵고, 내가 꿈꾸던 사람이 되지 못할 것 같아서 두려워요. 평생 동안 내 직장에 묶여 있고 싶지 않아요. 또한 내 직장을 잃을까봐서 두려워요. 난 너무 피곤해요. 두려워하는 것이 너무 피곤해요" 자니는 "알아요. 당신 말대로 나는 그 나쁜 일들을 없어지게 할 수 없어요. 하지만 다음에 나쁜 일이 생기면 내가 당신 곁에 있어줄게요"라며 위로하지만 그녀는 두려움에 자기 파괴적으로 라디오를 꺼버리고 자니를 내보내려 한다.

 자니는 떠나기 전 방송에 전화해 방금 틀어줬던 피아노곡 제목을 묻고는 '완벽했던' 프랭키와 자니를 위해 앙코르를 부탁한다. 욕실에 틀어박힌 프랭키의 닫힌 마음의 벽에 부딪친 자니가 떠나려는 순간 라디오 방송에서 앙코르로 틀어주는 드뷔시의 <달빛>은 단순한 영화 삽입곡에 그치지 않고 창을 뚫고 방안 가득 환히 밝히는 달빛처럼 닫힌 욕실 문틈으로 스며들어 프랭키의 마음을 치유하고 변화시키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치유자의 역할을 한다. 드뷔시 음악의 달빛 같이 은은한 어루만짐으로 마음을 열게 된 프랭키는 스스로 숨어들던 욕실에서 나와 양치질과 같이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달빛 쏟아드는 창가로 자니를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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