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더불어민주당 소속 안희정 충남지사가 지지율 급등세로 당내 아성을 구축하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를 위협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7일 발표한 차기 대선 주자 지지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4~16일 전국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 안 지사는 22%를 기록, 20%대를 돌파했다.(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특히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한국갤럽 조사기준으로 1월 2주 31%에서 이번에 33%로 다소 정체 상황인 반면, 안 지사는 같은 시기 6%에서 이번 22%까지 한 달 여만에 무려 16%p나 치고 올라왔다.여론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 지지율 20%는 대선주자로서의 가치를 인정받는 척도로 받아들여진다. 지지율 10%대는 특정 지역이나 정파, 계층 등의 영향으로 도달할 수 있는 수치이지만, 20%대를 돌파하면 유권자들이 해당 후보자를 지도자의 반열에 올려놓고 고민을 시작한 영역이라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안 지사의 지지율 고공행진 배경을 중도·보수층과 충청권의 쏠림 현상으로 보고 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안 지사의 충청권 지지율은 34%를 기록해 문 전 대표보다 10%p 앞섰고, 50대 이상 연령층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는 지난 17일 청주를 방문해 지역 언론사 간담회에서 "제 조상의 선산이 청원에 있다"며 "충청이 충남과 충북으로 나뉘었지만 우리 모두는 한 권역 내의 이웃"이라는 말로 동질감을 강조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불출마로 '충청 대망론'의 꿈을 접어야 했던 충북도민들의 상실감을 채울 수 있는 주자로 발돋움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앞서 안 지사는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충청향우회 신년교례회에 참석해 "우리가 꿈꾸는 '충청 대망론'은 '충청 대망론'을 넘어 '대한민국 대망론'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충북 일각에서는 안 지사의 이런 행보에 무조건 환영하는 입장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안 지사가 집권한다면, 충청권의 큰 틀에서 환영할 일이지만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대전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그의 배경으로 볼 때 충북은 자칫 충청권에서도 변방으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다.

대전·충남권에서는 이를 두고 소(小)지역이기주의라고 폄하할 수 도 있지만, 이런 걱정은 사실 그동안 비일비재 해왔던 여러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무조건 근거없는 주장이라고 할 순 없다. 충청도의 지명이 충주와 청주에서 따온 역사성은 뒤로하고, 대전과 충남이 충북보다 상대적으로 인구가 많고 발전이 앞서면서 충북을 곁가지로 보는 사례가 많았음을 충북인들은 피부로 느껴왔다. 안 지사가 충북의 지지를 원한다면 충청권 내부의 진정한 화합이 이뤄지도록 우선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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