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

[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 필자의 초등학교 입학 기억은 국어 1-1 첫 단원 '우리 학교'다. 태극기가 펄럭이는 운동장에 나와 삼삼오오 놀이 모습을 담은 교과서를 받고 담임선생님과 소통했다는 우쭐함이랄까. "학교 높은 곳에서 펄럭인 것"을 물으시자마자 "태극기"란 대답으로 생애 처음 선생님께 각인되던 입학 날이었다. 아직 이르긴 하지만 햇살도 학교 쪽으로 쏠리며 봄을 연다.

 어린이집·유치원·초중고·대학마다 꿈으로 출렁거린다. 온통 희망 얘기여서 어떤 미래가 올지 궁금하다. 기성세대는 여러 형제나 친구와 부대끼면서 커갔으나 요즘 아이들에겐 자아를 형성해갈 시공간(時空間)마저 '검색'으로 대체, 관계 맺기와 체험까지 '접속'으로 변환되다시피 온라인 세상에서 준비 없이 맞는 새 학년 아닌지 덜컥 겁부터 치민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모든 부모가 자녀 교육 문제로 고민한다. 최근, '부모가 없다'는 사회적 절규로 떠들썩하다. 상스럽고 폭력적인 비속어를 쓰는 자녀 앞에 경고 한번 없는 부모 숫자가 압도적 통계다. 내 자식은 예외이길 바라지만 놀랄 만큼 휜 경우도 많다. 무조건적인 칭찬 역시 자만(自慢)에 빠질 부작용을 낳는다. 원칙을 앞세우던 부모도 자녀 일 앞에선 더욱 흔들린다. 최근 학부모도 부쩍 달라지고 있다.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학교 운영의 주체로 나선다. 덕목을 정해 교육받고 자녀와 어우러진 시끌벅적한 프로그램에도 줄을 잇는다. 강남스타일이나 스펙 쌓기를 즐기던 부모가 '변해야 인성이 바로 선다'는 입장에서다. 학교교육의 적극적인 학부모 참여, '인성의 정상화'를 꼽는 이유다.

 충청북도교원 인사 발령이 예년에 비해 조기 매듭 됐다. 새 학년 준비를 위한 선제적 대응이리라. 그러나 권한부여가 여전히 3월1일자이므로 교육과정 운영계획과 역할 주도 등, 사실 상 새 임지에서의 참여는 글쎄다. 제도적인 세부시행 부터 2월 중으로 적시돼야 조기 부임 또는 새 학년 준비가 용이하지 않았을까?  아이들 앞에 섰다고 모두 선생님은 아니다. 뭐니 뭐니해도 제대로 가르쳐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교학상장(敎學相長)의 감동일 때 비로소 스승이 된다.

 필자 역시 3월부터 40여년 응결된 경험을 풀어 낼 대학 강의 꿈으로 설렌다. 낭만보다는 어쩜, 졸업 후 절박할지도 모를 취업 그림자까지 비출 감춰진 쪽의 부단한 희망 때문이다. "볕을 앉아서 기다릴게 아니라 끌어오는 자세"로 함께 달구며 젊음과 뜨거워지고 싶다. 진정, 가정·학교·사회가 함께 풀어야할 요구요 절명의 과제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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