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한 대학교 학생들을 태우고 오리엔테이션 장소로 이동하던 관광버스가 언덕 아래로 추락, 운전기사 1명이 숨지고 대학생 44명이 부상을 입은 사고가 발생하면서 대학교 오리엔테이션 필요성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대학교 오리엔테이션 관련 사건이 해마다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 정부가 나서서 오리엔테이션 관련 매뉴얼까지 마련해 시행하고 있지만, 말 그대로 형식적 매뉴얼일 뿐이다. 3년 전 한 대학교 오리엔테이션이 진행중이던 경주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지붕이 폭설로 붕괴돼 신입생 10명이 숨진 참사가 발생한 뒤, 교육부는 대학 측이 직접 오리엔테이션을 주관하고 교직원이 반드시 참석해 감독하도록 하는 내용의 매뉴얼을 만들었다. 특히 오리엔테이션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음주·폭행 예방을 위한 교육을 실시하는 내용 등을 포함했다.

그러나 이같은 매뉴얼 시행에도 많은 대학들이 학생들과 마찰을 우려, 오리엔테이션에 대한 관리·감독을 꺼리는 데다 학생들은 '그릇된 전통'을 앞세워 신입생들의 학교 적응을 위한 교육 목적보다는 이른바 군기잡기나 음주 강요, 성추행 등으로 인해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교통사고가 발생한 날, 다른 대학 오리엔테이션에서도 술에 취한 한 학생이 엘리베이터 기계실에 올라갔다가 손가락 3개를 절단당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뿐 만이 아니다. 지난해 2월 수도권 한 대학에선 단과대 학생회장이 오리엔테이션 비용을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검찰 수사를 받기도 했고, 이번에 버스 추락사고가 발생한 대학은 지난해엔 노골적인 성희롱과 과도한 음주 등으로 대학 총장이 직접 나서 사과하는 일을 겪기도 했다.

이처럼 전국 많은 대학의 오리엔테이션 과정에서 과도한 음주 강요나 폭행, 성추행, 교통사고 등 온갖 사고가 발생하고 있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더욱 심각한 문제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굳이 대학 내부가 아닌 외지까지 가서 밤새 술을 마시거나 군기잡기, 성추행 등 많은 부작용만 낳고 있는 오리엔테이션이 필요하냐는 무용론도 비등하다.

그나마 일부 대학에서 인성교육과 학부모 참여 교육 등 유익한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해 주목받고 있기는 하지만, 대다수 대학들의 그릇된 문화는 여전하다. 이는 학생들 사이에서 신입생 군기잡기와 음주 강요 등이 마치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관문'인 것으로 잘못 인식돼 있는 문화에서 비롯된다.

이런 점에서 대학과 선배들이 교육과 조언을 통해 신입생들이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와는 달리, 해마다 온갖 사고가 발생하는 오리엔테이션은 차리라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 굳이 오리엔테이션이 필요하다면, 신입생들에게 유익할 수 있는 강연이나 체험 등 효과적인 교육프로그램을 교내에서 실시하는 개선책 마련이 필요하다. 오리엔테이션 진행 시간도 주간으로 국한해 음주나 폭행, 성추행 등 불미스러운 사고 발생을 예방하는 것은 물론, 학교 차원에서 재학생들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 신입생들에 대한 과도한 군기잡기 등 그릇된 대학문화를 개선해 나가는 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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