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시대 제작 … 국내서 가장 오래 돼

우리나라 범종의 전형적인 양식을 보면, 종의 고리는 생동감 있는 하나의 용머리에 두발이 달린 용뉴(龍紐)로 마련되고 그 옆에는 종의 내부와 관통하는 음통(音筒)이 붙어있다.

한국의 가장 대표적이며 기본적인 형태를 완벽하게 갖춘 것으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신라시대의 상원사종(ad 725)과 크기가 큰 성덕대왕신종(ad 771), 문헌에는 나오나 지금은 없는 황룡사종 등이 있고, 고려, 조선에 걸쳐 다양한 종의 형태가 나타난다.

현재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신라 범종은 깨진 채로 남아 있는 2구를 포함하여 모두 5구인데, 이 중 강원도 평창에 있는 국보 제36호인 상원사동종은 가장 오래되고(성덕왕 24년, 725년) 아름다운 종으로 한국 범종의 전형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으며, 이 종을 통해 우리나라 범종의 기본적인 양식을 확인할 수가 있다.

상원사동종의 크기는 높이가 167㎝, 구경은 91㎝로 위·아래의 끝 부분이 안쪽으로 좁혀지는 형태를 하고 있다.

종의 맨 위[鍾頂]에는 큰 머리에 굳센 발톱의 용이 고리를 이루고 있고, 소리의 울림을 도와주는 음통이 연꽃과 덩굴무늬[唐草文]로 장식되어 있다.

종 몸체[鐘身]의 아래 위에 있는 넓은 띠와 사각형의 유곽(乳廓)은 구슬장식[蓮珠文]으로 테두리를 하고 그 안쪽에 덩굴을 새긴 다음 드문드문 1∼4구의 악기를 연주하는 주악상(奏樂像)을 두었다. 네 곳의 유곽 안에는 연꽃모양의 유두를 9개씩 두었으며, 그 밑으로 마주보는 2곳에 구름 위에서 무릎을 꿇고 하늘을 날며 공후와 간(竿) 등의 악기를 연주하는 비천상(飛天像)을 새겼다. 비천상 사이에는 종을 치는 부분인 당좌 (撞座)가 있는데, 구슬과 연꽃무늬(蓮華文)로 장식되어 있다.

또한 고리를 중심으로 좌우에 제작연대를 알 수 있는 명문(銘文)이 새겨져 있는데, 여기에는 종성기문(鍾成記文)의 '문(文)', 도합유(都合鍮) '도합(都合)'의 이두문(吏讀文)과 보중직세월(普衆直歲月) 중승(衆僧) 등의 승명(僧名)과 도유내(都唯乃), 유휴(有休) 등의 관직명과 인명 등이 보이고 있다. 이를 통해 당시의 이두(吏讀) 사용과 종 제작에 참여하였던 승려와 감독자 그리고 관직 등의 직명을 파악할 수가 있다.

이러한 상원사동종이 높게 평가받는 이유는 그 형태와 양식, 그리고 문양장식 기법에 있어서 한국 범종의 전형을 갖추고 있다는 점일 수도 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삼국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기원전 10세기 경부터 시작된 청동문화의 정수가 면면히 이어져 만들어낸 우수한 청동합금과 밀랍 등을 이용한 청동밀랍주조기술에 있다. 또한 다른 나라 종에서는 볼 수 없는 음통(音筒)을 만들고, 맥놀이현상과 같은 아름다운 종음(鐘音)을 낼 수 있도록 했던 제작기술에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상원사동종은 종구(鐘口) 일부에 작은 균열이 생겨서 그 소리를 직접 들을 수가 없다. 하지만 국립중앙과학관 역사의 광장에 종각과 함께 상원사동종을 복원·전시하고 타종할 수 있게 함으로써 모든 사람들이 우리 종의 아름다운 소리를 직접 듣고 그 우수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윤용현 국립중앙과학관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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