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서울취재본부장

[이득수 서울취재본부장]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불꽃놀이를 너무 좋아하는 것 같다. 한 달이 멀다 하고 지하핵실험장,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장,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실험장을 바삐 뛰어 다닌다. 하다못해 방사포나 야포 발사 훈련장에까지 쫓아가 박수치고 좋아한다. 북한TV에서 보여주는 김정은이 좋아하는 모습은 철부지 어린애가 불장난에 신이 난 모습과 다를 바 없다. 비만체형에 깍두기 헤어스타일의 새파란 젊은이가 손을 흔들며 떠들어 대고 늙은 인민군 장성들이 추위 속에서도 열심히 받아 적는 모습이 부조화스럽고, 코미디의 한 장면 같기도 하다. 전쟁도 재미있는 놀이로 인식하지 않나 의심되고, 기본적으로 '전쟁놀이'를 무척 즐기는 취미를 가진 건 틀림없다.

 북한이 6일 아침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4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지난달 12일 김정일의 생일날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사정거리 1000~2500㎞)을 쏜 지 한 달도 안 돼 또 다시 트럼프에게 스트레이트 연타를 날린 것이다. 김정은이 상황을 외통수로 몰고 가고 있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처럼 숨 돌릴 틈도 없이 "어디 한번 해보자"는 식으로 폭주하고 있다. 북한은 2006년 첫 원폭 실험 이후 지금까지 5차례 핵실험을 실시했다. 이 가운데 3번이 김정은 집권 후에 발생했다.

 그러나 지금의 국제관계는 김정일이 북한을 통치하던 시대와는 상당히 달라졌다. 북핵 문제를 대화로만 풀려고 했던 클린턴과 부시 대통령, 전략적 인내라는 방식으로 모른 채 방관해왔던 오바마 대통령 시대는 가고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공약으로 당선된 트럼프 시대다. 임기응변에 능하고 계산에 밝은 자수성가형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는 예고한대로 취임하자마자 정치경제의 세계질서 재편을 시도하고 있다.

 전 세계가 전전긍긍할 정도다. 대북정책도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가장 시급하고 중대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며칠 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백악관이 군사력을 동원한 정권교체(regime change)를 포함한 새로운 대북전략을 마련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탄두 소형화와 운반수단 개발까지 거의 완성단계에 도달해 미국에 직접적 위협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서 예방타격(preventive strike)을 단행할 태세다. 예방타격은 전쟁의지 자체를 분쇄하기 위한 공격으로 전쟁 개시 직전에 적의 무력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선제공격(preemptive strike)보다 강경한 수단이다.

 북핵 문제는 한국과 관계없는 '북한과 미국간의 문제'라고 우기는 진보좌파 진영의 논리대로라면 미국이 북한을 예방타격하던 선제공격을 하던 우리와 무관한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곧바로 남북간 전면전으로 비화된다. 인류 최초의 핵 전쟁이 한반도에서 벌어질 공산이 크다. 사드를 30기 정도 전개해 놓으면 그나마 막아 볼 가능성이라도 있다. 그 알량한 핵과 미사일로 미국을 건드리는 불장난이 한계에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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