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서울취재본부장

[이득수 서울취재본부장] 아줌마는 억척스럽고 강인한 여성이다. 가족들을 위해, 특히 자녀들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건 물불 안 가리고, 시비가 벌어지면 소매 걷어들고 덤벼들 것 같은 인상이다. 집안에서는 경제권을 장악했고, 아이들도 확실하게 자기편으로 만들어 둔 아줌마들은 겁날 게 없다. 가족관계 용어인 아줌마는 쓰임이 달라져 요즘은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하나의 특수한 계층을 일컫는 사회학적 용어로 자리매김 했다.

 대한민국은 이러한 아줌마들의 힘으로 커왔다는 세간의 분석이 한 때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정치인 경제인들의 파워가 아니라 여성들의 힘으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을 이룩했다는 견해다.
아줌마 파워가 발휘된 대표적인 분야가 교육계다. 유치원서부터 초중고교, 학원가를 휩쓸고 다니는 치맛바람의 주인공이 바로 아줌마들이다. 자식 교육에 모두걸기를 할 수 있는 아줌마들의 열정과 희생이 자원과 자본이 빈약한 대한민국을 오늘날 경제대국으로 이끌고 선진국 문턱까지 올려놓았다. 우스갯소리로 자녀를 명문대학에 보내기 위한 3대 필수조건이 '할아버지의 경제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인데, 여기에 등장하는 엄마를 객관화하면 아줌마가 된다.

 교육현장과 부동산 투기현장을 거쳐 아줌마 파워가 정치판에 진출해 날로 세력을 키우고 있다. 촛불시위나 태극기 시위 현장을 가보면 절반 이상이 여성이고, 그 여성의 주류는 아줌마들이다. 유모차 부대도 유명하나 지금은 분명히 아줌마 사단이 우세하다. 시위대 전체 분위기를 좌우한다. 특히 태극기집회는 아줌마들이 주력이다. 여자 대통령에 대해 같은 여성으로서 더 연민을 느끼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이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데 거침이 없다. 기운도 떨어지고 이것저것 생각이 많은 남성들은 족탈불급이다. 유모차부대가 전경들에게 최대의 난적이듯, 50~60대 아줌마부대도 위력적이다. 들이밀고 들어오면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아줌마부대의 등장은 우리나라의 경제력 향상과 가정 내에서 여성 파워가 커진 덕분이다. 현장에선 강남 스타일 아줌마들이 많이 눈에 띈다. 그렇다고 강남 아줌마들만이 아니다. 전국에서 올라왔다. 아이들 다 키워내 시간이 남아돌고 경제적 여유도 있는 아줌마들은 정치를 화제로 올리고, 의기투합해 즉각 행동에 나선다. 무서울 것도 없다. 태극기 집회에 참여해본 한 기업인은 "남성들과 달리 폭력의 고통을 당해본 적이 없는 아줌마들은 겁이 없는 것 같다"면서 "감히 나를 어쩌랴 하는 자신감이 넘쳐 시위대에서 선봉을 마다하지 않는다"고 관찰한 바를 얘기한다.

 시위대 속에서 맘껏 소리 지르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한마디로 데모하는 맛을 알아버린 아줌마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동시에 이들이 정치세력화 할 가능성도 커졌다. 차기에 진보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아줌마부대의 등쌀에 대통령 못해먹겠다는 말이 나올지도 모른다. 아줌마들은 대한민국을 키워온 데 이어 이젠 대한민국을 통째로 바꿔놓을 주체 세력으로 주목 받고 있다. "아줌마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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