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투병으로 기력이 쇠할 때 쉽게 발병

복사뼈 밑으로 늘 열감을 느껴서 겨울에도 맨발로 다니는 사람이 있다. 자신은 건강을 타고나서 추위를 모르고 산다고 자신하는데 우매한 일이다. 이는 족삼음(足三陰)이 허하여, 즉 뿌리가 약하여 발에 열이 나는 것이니 성생활을 절제하고 음혈을 급히 보해야 병세를 잡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위병으로 변하여 죽게 된다.

위병은 팔다리가 약해져 움직일 힘이 없는 것으로 본래 폐금(肺金)이 말라 생긴다. 조병(燥病)이 생기면 혈이 쇠하여 온몸에 영양을 공급하지 못하므로 팔다리가 약해져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가을에 금기(金氣)가 왕성해지면 초목이 시들고 떨어지는 것과 같다. 대체로 다리에 증상이 더욱 심하게 나타나며 양방병원에서는 원인조차 파악되지 않아 고치기 힘든 병이다. 위병은 대체로 여름에 발병하기 쉬우며 겨울이되면 증상이 조금 호전되나 다시 여름이 되면 심하게 된다.

하지 위병은 다리에 열이 몰려 생기는 것으로 열이 몰리는 경우는 다양하다. 먼저 마음에 병이 있으면 열이 하지에 몰려 생기는데, 주로 하고자 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면 폐에 열이 성하여 하지에 열이 생기고 이로 인하여 하지 위병이 온다. 음식을 부절제하게 먹고 기름진 음식을 자주 먹으면 양명이 허해져서 하지 위병이 오기도 한다.

오장에 열이 차면 다리가 마르면서 아프기도 한다. 심기(心氣)에 열이 나서 맥위가 되면 정강이가 늘어져 땅을 딛고 서지 못한다. 간기(肝氣)에 열이 나서 근위가 되면 근(筋)이 당기고 경련이 인다. 비기(脾氣)에 열이 나서 육위가 되면 위(胃)가 말라 갈증이 나고 기육에 감각이 없다. 신기(腎氣)에 열이 나서 골위가 되면 허리를 움직이지 못하고, 뼈가 마르고 골수가 줄어든다.

위병은 음혈이 마르는 병이므로 오랜 질병 끝에 나타나기도 한다. 당뇨가 있는데 제대로 치료받지 않고 오랫동안 혈당조절제만 복용하면 병은 깊어지고 기력은 더욱 쇠약해져 위병이 생기기 쉬우며, 혈압이 높은데 이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혈압강하제만 오랫동안 복용하여 병세만 억누르면 심혈관계통의 기력이 쇠약해져 위병이 생긴다.

위병의 한 형태로 학슬풍이 있다. 다리의 다른 부위는 말라 들어가는데 무릎만 부어올라 마치 학의 무릎처럼 되는 것을 말한다. 기력이 매우 쇠약한데 열이 몰려 생기는 것이다. 부어오른다고 강제로 체액을 빼서 가라앉게 하는 것은 임시로 병세를 완화시키는 듯 보이나 기력손상을 가중하여 더욱 병을 깊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대체로 몇 번의 시술을 받고 겁이 나서 한의원에 오는데 건강을 더욱 망치고 나서야 한의원을 찾으니 회복하는데 시간과 노력이 더욱 소요된다.

위병이나 학슬풍의 원인이 폐열(肺熱)이므로 한약과 침으로 체질과 병증에 맞게 폐열을 제거하고 다리에 기력을 돋우면 치유된다. 병이 오래되고 골수에 이르렀으므로 오랫동안 꾸준히 치료를 받아야 한다. 고식적인 방법은 병을 더욱 깊게 만들어 회복을 어렵게 하거나 불가능하게 한다. 발에 열이 나서 이불을 덮고 자는 것이 답답하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다리에 열이 차서 위병에 이르는 증상이라 볼 수 있으므로 한의원에 방문하여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위병을 예방하는 방법은 마음을 편안히 하고 생활을 규칙적으로 영위하고 식사와 수면을 절도있게 하고 기름진 음식을 피하며 곡류와 푸른 채소를 주재료로 한 전통밥상을 주로 하면 좋아진다. 오장에 열이 몰리는 것이 원인이니 화내거나 성내지 말고 노심초사하지 않으며 성생활을 절제하고 적절한 휴식과 운동으로 컨디션을 극대화하는 것이 좋다. 모든 병은 잘못된 생활에서 비롯되며, 올바른 생활습관은 고질병도 고친다.

▲ 박 성 규 예올한의원 원장 본보 한의학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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