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형 김천대 교수

[김기형 김천대 교수] 3·1절이 지났는데도 대한민국 전국방방 곡곡에 태극기가 휘날렸다. 밤낮으로 태극기를 흔들며 많은 사람들이 탄핵을 반대했고, 다른 사람들은 촛불을 들고 탄핵을 찬성했다. 대한민국은 태극기와 촛불로 양분되어 서로의 주장을 하였고 모두들 이러한 극단적인 양분화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 지난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만장일치로 탄핵이 용인되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대한민국은 동요되지 않고 이 사건을 계기로 더욱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가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3월이 오면 3월 1일 뿐만 아니라 3월 10일도 머릿속에 떠오를 것이다.

 1학기가 개강되면서 내가 근무하는 대학교의 본관에 카페가 생겼다. 나는 이곳을 카페 광장이라고 부른다. 우리 대학교는 멋진 분수와 야경이 멋지다. 특히 봄이 되면 예쁜 꽃들이 많이 피지만 개인적으로 무엇인가 빠져 있다는 느낌이 든다. 카페가 생기기 전에 우리 학교는 학교 구성원들이 각자의 일만을 하거나 업무와 관련된 제한된 교류만 있었다.

 그러나 카페 광장이 생긴지 2주일정도 지난 학교의 분위기를 보면 카페를 중심으로 전교생이 모인다. 이른 아침부터 맛있는 커피향기가 본관 건물에 퍼지면 등교하는 학생, 교수, 직원들은 일단 따뜻한 커피 한잔을 손에 들고 강의실이나 사무실로 들어간다. 아침에 카페 광장에서 서로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를 한다. 이전에는 만날 기회가 없었으니 인사를 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인사를 주고받는다.

 점심이 되면 카페 광장은 정말로 김천대학교의 광장이 된다. 각 학과의 학생들이 카페주변에 모여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교수들도 커피를 마시러 오다가 학생들을 만나 인사도 나누고 가벼운 이야기도 나눈다. 나도 카페 광장에서 졸업 후 학교 교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제자를 만나 이야기하면서 마키아또를 처음 마셔봤다. 이제는 교직원들도 카페 광장에서 만나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간에 어려운 문제를 풀어 나가고 있는 것 같다.

 김천대학교 카페 광장에는 태극기나 촛불은 없다. 커피와 사람이 있다. 그리고 이 광장을 중심으로 우리 학교 구성원들은 서로를 이해해 가고 있다. 이전에 그냥 지나쳤던 사람들은 웃고 인사하면서 서로에게 커피를 건넨다. 카페 광장이 들어오기 전에 본관은 그냥 콘크리트 건물이었지만 카페가 들어오면서 본관 전체 그리고 학교 전체에 커피 향기가 가득 넘쳐흐른다. 참 신기하다. 그냥 조그만 카페가 모두를 변화시키고 있다.

 3월 10일에는 카페 광장에 사람들이 많지 않았지만 지금은 다시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만나고, 지나가고 있다. 조금 전에 카페 광장에서 커피를 사오면서 다른 학과에서 가르친 학생들을 만나서 인사를 나누었다. 지난달에 보았던 토익점수가 나왔는데 900점을 넘었다고 자랑을 하였다. 커피를 마시다 보니 광화문 한복판에 우리학교의 카페 광장을 옮겨 놓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문득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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