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

[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 국민들에게 실망감과 허탈감만 안겨준 대통령 탄핵이후 대화와 타협은 실종되고 '혼최(혼자만 최고?)'상태다. 아무리 정치판이라 하지만 '도래지'를 걷어차고 박살낸 기록은 글쎄다. 여당 간판도 참혹하게 찢겼다. 그러나 워낙 표정 관리가 능란하여 다음 제스처에 거부감이 없다. '헤쳐 모여'를 반복하며 온통 차기 권력 진흙탕 두잡이는 대선까지 요동할 품세다. 시아버지 할 일을 며느리가 좌지우지하며 세를 과시하는 꼴로 대통령 권한 대행 손발을 유독 입법부가 묶으려는 법치훼손, 뻔한 갑질 군림이다. 간판급 정치인일수록 이무기로 품은 꼼수를 만지작거리는 바람에 혐오가 소름으로 앉는다.

 수십 길 낭떠러지를 생각 못하고 꼭대기만 욕심내는 어리석음이 애처롭다. '그 나물에 그 밥'인 독경도 거슬린다. 부쩍 바빠진 소위 대선 주자들, 기력을 잃은 대한민국의 위기조차 제대로 짚지 못하면서 여지저기 흥청망청 퍼주기를 정책이랍시고 남발해댄다. 공약은 지키기 위한 것이다. 분노의 정치다. 한 입으로 두 말하는 기회주의적 처신이 역겹다. 국가안위나 국리민복보다 '우선 당선'의 구시대적 악순환에 갇혀 중심을 잃고 휘청거린다.

 원래 선거란 사람 피를 말리고 때로는 생명까지 담보하는 후안무치 싸움판, 대선 후보자가 압축되기도 전 벌써 무관심 경보 단계다. 제 발등만 찍으면서 무슨 최고 권력을 쥔답시고 표(票)동냥에 핏대를 올린다. 사회엔 통념적인 원칙이 있게 마련인데 '천방지축' 말고 다른 비유를 찾기 어렵다. 촛불과 태극기 민심을 넘나들며 천재일우 선물로 착각하는 정신 나간 파렴치야 말로 대통(大統)의 자격 아닌, 대통(代統?代通)이란 불편한 진실에 움찔하게 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국민조사보고서에 의하면 우리사회가 10년 전 보다 훨씬 절망에 빠져있다. 특히 믿음과 배려가 위기 수준 통계다. 이런 때 일수록 벼랑 끝 국민감정부터 추슬러 안정시키는 게 정치권 과제 아닌가. 그런데 몇몇 대선주자의 경우, 국가 미래보다 엉뚱한 세력을 업고 잘못된 유전자를 정당화하려는 노이무공(勞而無功)시리즈니 당혹스럽다.

 바로 앞 대통령 수난사를 내 일처럼 겪으면서도 청와대 입성을 마치 따 놓은 당상처럼 오산하는 최고 권력 탐, 신(新)·구(舊)할 것 없이 자기제어 부재를 드러낸다. 국정 수습 리더십은 커녕 절묘하게 정략적 계산에만 죽기 살기다. 자신의 영달보다 국가를 선택할 수 있는 DNA, 유권자의 한 표가 이번처럼 대한민국 운명으로 어필된 적도 흔치 않다. 누구를 탓하랴. 엄밀히 따져보면 자유로울 국민이 없음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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