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재풍
청주로 대표변호사
지난 주 어떤 직능단체의 연차총회에 자문위원 자격으로 3회에 걸쳐 참여한 바 있다. 그 자리에는 시장을 비롯해서 구청장과 시의원 등 지도자들과 회원 수백명이 참석하는 공식행사였다. 식순에 따라 애국가 제창이 있었는데, 역시 관례에 따라 1절 만이었다. 그것만 해도 괜찮았는데, 애국가가 가관이다. 기어들어가는 소리에다가 그마저 톤을 낮출대로 낮춰 마치 장송곡 부르듯 하는 것이었다. 도무지 무슨 소리인지 가사도 드러나지 않는다. 나는 순간 움찔하다가 교회에서 찬송가 부르듯 높은 톤으로 큰 소리로 불렀다. 그러니까 옆에 있던 분들도 따라서 제법 큰 목소리로 부르는 것이었다.

나는 이런 우리의 모습이 부끄럽다. 선현들이 나라를 잃고 국가와 국기를 되찾기 위해 얼마나 땀흘리고 피흘렸는데, 후손된 우리가 오늘날 이렇게 밖에 못한단 말인가. 국가(國歌)와 국기(國旗), 국화(國花)는 왜 만든 것인가. 어느 나라 국민이 이렇게 국가를 홀대한단 말인가. 애국가가 4절까지 있는데 왜 1절만, 그것도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형식적으로만 부른단 말인가. 4절은커녕 1절이라도 큰 소리로 제대로 부를 순 없는가. 음주가무라면 어느 민족보다 월등해서 노래방에 가면 목터지게 노래 부르지 않고는 못견디는 사람들이 애국가만 나오면 왜 사흘 굶은 사람이 되는가?

학교에서도 4절까지 부르는 경우가 거의 없다. 예전에 내가 초중고를 다닐 때는 거의 대부분 4절까지, 그리고 시간이 없는 경우에는 1절과 4절을 부르곤 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간 이렇게 변해 버렸다. 그렇다면 묻고 싶다. 과연 우리국민 가운데 애국가를 4절까지 모두 암기하고 있는 이가 몇 퍼센트나 되는지. 세계 12대 경제규모를 자랑하고, 올림픽에서 10위 안에 들고, oecd국가 중의 하나이고, 세계 5대 자동차강국이고, 세계 최고의 it강국이라고 하면 뭣하나. 국민의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국가의 장래를 장담할 수 없다.

언젠가 대통령 취임식장에서도 애국가를 1절밖에 부르지 않았대서 일부 언론에서 이를 꼬집은 기사를 본적이 있는데, 이제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는 데는 tv방송이 시작될 때와 끝날 때 이외에는 거의 없는 것 같다. 참으로 서글픈 일이다. 정부는 지난 1996.3. 국무총리지시 제1996-5호 '국기게양·관리 및 국민의례에 대한 지침 및 같은 해 4. '각종 행사에서의 정식 국민의례 시행 확대지침 등에 의해 공식행사에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작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스스로 이런 지침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지난 2.15.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3.1.절과 임시정부 수립 90주년을 맞이해서 빅뱅 등 인기가수들을 동원해서 10-20대 청소년 청년층에게 애국가요 또는 나라사랑랩송을 보급해서 국민의 애국심 고양 및 국민통합을 이루겠다는 말을 했다가, 네티즌들과 야당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런 방식으로 대대적인 홍보를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국민단합을 이루겠다고 했단다. 참 어이없는 짓이다. 당연히 해야 할 것은 안 하면서 엉뚱한 발상으로 혼란을 조장시키는 행위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 아닌가.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가 우승해서 애국가가 울려퍼질 때 느끼던 가슴찡한 기억이 있는가. 얼마나 귀하고 감격스러운가. 엊그제 3.1절 90주년기념일에 교회에서 4절까지 부르던 애국가는 내 가슴을 때렸다. 가사 한 절 한 절이 나라의 고마움과 국민된 책임을 일깨워 주었다. 가뜩이나 개인주의로 치닫는 현실에서, 공식적인 행사에서라도 나라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러니 시간 탓하지 말라. 공식적인 행사에서는 애국가를 4절까지 불러야 한다. 다시 한 번 촉구하노니, 애국가를 4절까지 그것도 큰 소리로 엄숙하게 불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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