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청 소속 김경수씨
지난 2002년부터 재능기부
"그동안 만든 책만 180여권
부인·딸 동참해 가족애 나눠"

▲ 지난 2002년부터 15년간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점자워드입력봉사활동을 벌인 김경수씨가 점자워드입력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충청일보 김규철기자] 20일은 37번째 맞는 장애인의 날이다. 이날을 기념해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장애를 극복한 장애인들의 스토리를 싣는다. 하지만 이들의 생활에 도움을 주거나, 자립을 위해 동반자 역할을 하고 있는 비장애인들에 관한 이야기는 별로 조명되지 않았다. 본보는 장애인의 날을 맞아 많은 시각장애인들의 지식 습득을 위해 앞장서온 비장애인을 소개한다.
 

평상시 남들과 무엇이든지 나누는 것을 좋아하고 자신이 현재 가지고 있는 능력 중에 몸으로 나눌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던 김경수씨(50·청주시 통신 7급)는 지난 2002년 정보지를 읽다가 우연히 '워드입력봉사자'를 구한다는 광고를 접하게 됐다.
 
컴퓨터와 관련된 일을 하면서 워드 치는 것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있던 김 씨는 곧바로 충북사회복지협의회를 찾았고 이곳에서 점자책을 만들기 위한 과정과 봉사자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자신에게 적합한 봉사활동이라는 판단에 곧바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도사회복지협의회에서 점자책을 만들 책을 가져다가 워드로 쳐서 이를 파일로 저장해 다시 가져다주는 봉사활동을 시작한 김 씨는 틈나는 대로 평일 저녁이나 주말, 휴일에도 짬을 내 워드를 치는 작업을 계속했다.
 
그렇게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워드입력봉사를 시작한 것이 벌써 15년, 그동안 김씨는 1700차례에 걸쳐 5839시간동안 워드입력을 했다. 한 권에 한 달 정도 소요되던 워드 입력시간은 이제 속도가 붙어 2개월에 3권까지 입력을 마치는 실력이 됐다.
 
그동안 김 씨가 만든 책은 180여권에 이르고 있으며 처음 김 씨가 워드입력봉사를 시작했을 때 별 관심을 보이지 않던 부인 이유민씨(50·꿈집그룹홈 교사)는 지난해부터 워드입력봉사를 하고 있고, 딸 정현 양(청주외고 러시아어학과 2년)은 얇은 책을 만들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는 등 이제 온 가족이 워드입력봉사를 하면서 가족애도 나누고 있다.
 
처음 봉사를 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가입원서를 읽는 협회 관계자가 겉으로는 정상인이었는데 가입원서를 눈앞에까지 가져다 대고 읽는 것을 보면서 깜짝 놀랐었다는 김 씨는 "안보인다는 것이 정말 어려운 것이구나. 자만하지 말고 현재 내가 갖고 있는 것이 소중하다는 것을 잘 알고 이를 남에게 나누면서 살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가졌다.
 
김 씨는 "기본적으로 베푼다는 것과 나눈다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베푼다는 것은 내가 가진 것을 없는 사람들에게 주는 것이고 나는다는 것을 내가 가진 것이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이웃과 나눈다는 것"이라며 "내가 가진 능력의 일부를 시간을 할애해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언론에서도 이웃과 나누는 미담이 많이 보도돼 남과 나누는 것이 확산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소망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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