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경 충북여성문인협회장·수필가

[김혜경 충북여성문인협회장·수필가] 머리가 빙빙 돈다. 아니 땅이 도는 것 같다. 술값을 들이지 않고도 땅이 돌게 만들 수 있다니 신기한 재주가 생겼나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평형감각에 이상이 생겼단다. 병을 핑계 삼아 며칠 쉬고 나왔는데 거리가 시끄럽다. 대선을 며칠 앞둔 거리는 소음과 현란한 색채와 몸짓으로 눈을 어지럽게 한다. 된통 곤욕을 치른 국민들은 이번엔 신중을 기해 잘 뽑으려고 후보들을 꼼꼼히 살핀다. 그런데 너무 많다. 열다섯이나 되는 후보를 언제 검토하고 선택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이번엔 선택을 남에게 미룰 수가 없다는 생각이다. 선거 때마다 남들이 알아서 잘 찍겠지 하는 생각에 주변에서 한 표 찍어달라는 사람을 찍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요즘은 모임에서도 누굴 찍어야하는지가 고민이라는 대화가 끊이질 않는다. 아직은 분명하게 대상을 정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대통령이 물러나는 초유의 사태를 겪으면서 집집마다 세대의 갈등을 많이 겪었을 것이다.

 우리 집만 해도 나도 아들과의 대화에서 원망을 많이 듣는 편이었다. 한쪽 밖에 보려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들의 질책이고 우리는 우리나라의 상황으로 보아 안보에 있어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의견의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작은 단체의 리더를 뽑는 일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되는 일인데 나라의 수장을 뽑는 일이야 그 중함을 말해 무엇 하겠는가. 그 중대함을 나는 이제서 절실히 느끼고 있으니 무지하다고 밖엔 할 말이 없는 것 같다.

 이제는 정말 잘 뽑아야 한다. 일자리가 없어 방황하고 결혼을 포기하고 출산을 포기해야하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 젊은이들의 절망을 보아야 한다. 건강을 잃고 일터를 잃고 하루 한 끼의 끼니를 걱정해야하는 노인도 바라봐줘야 한다. 버려진 아이들 방치되는 아이들도 온기를 찾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누구일까.

 폭죽놀이 하듯 날뛰는 북쪽의 뚱뚱한 사람을 진정시킬 사람은 누구일까. 세계의 수장들을 만나 당당히 내 나라를 빛내줄 사람은 누구일까. 돈 가진 사람이 금고에 묶어두지 않고 기업을 세우고 일터를 만들고 땀 흘려 일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줄 사람은 누구일까. 평생 글 한 편 팔지 못하고 글이 돈이 되지 못하는 사회에서도 글 쓰는 일밖에 하지 못하는 가난한 작가들이 글로 밥벌이를 할 수 있도록 해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옛날 평복을 입고 몰래 암행을 나와 민심을 살피던 그런 대통령은 없을까. 영화에서처럼 피아노를 치고 예술을 지극히 사랑하는 대통령은 없을까. 비오거나 눈 오는 날 우산 없이 거리를 걸어보는 대통령은 없을까. 그래서 잠든 노숙자의 어깨에 이불을 덮어주고 가는 그런 대통령을 바라면 안 되는 것일까. 가라앉으려던 땅이 다시 도는 것 같다. 선거가 끝날 때까지는 어지럼증에 시달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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