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순 복대초 교장·시인

[박종순 복대초 교장·시인] 벌써부터 기다려오던 5월이 어느 새 중순에 와 있다. 늘 자라고 있는 어린이를 위해서 그들의 꿈을 위해서, 아니 홀로되신 어머니가 또 한 번 어버이날을 맞아서일까? 5월은 벅차게 시작되었고 그 기쁨이 내 가슴 속에 출렁이고 있다. 4월부터 걱정이 없지 않았다. 1970년 창립한 충북글짓기지도회! 여러모로 부족한 사람이 회장을 맡은 때문이다. 우리 지도회는 어린이날을 기념하여 한해도 거르지 않고 도내 어린이동시화전을 열고 있는데 예보에 비가 온다는 것이다. 청주고인쇄박물관 그 아름다운 광장에서 시화가 전시되고 서로 읽어보고 시한마당 축제를 열어왔는데 비가 내리면 시화가 젖을 수도 있어 여간 걱정이 아니었다. 두 차례나 박물관을 찾아가 실내에서라도 열 수 있도록 최종합의를 보았을 때 안도와 어린이를 배려한 관계자들께 고마움이 깊었다.
우리학교에서도 시화를 출품하려고 중간활동 시간에 3학년 이상 전 어린이가 시를 지어 보았다. 아이들이 써낸 시를 하나하나 읽어 내리며 내 가슴은 따뜻해져 왔다. 사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시를 짓기 어려워하고 설명문을 쓰기도 한다. 요즘 교육현장에서 창의·인성이 화두인데 좋은 시를 자주 읽고 시를 지어보고 표현을 다듬고 각 자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과정이 무엇보다도 필요하기에, 금학년도 노력중점으로 '파란 꿈 시낭송' 동아리도 운영하고 3학년이상 전교생에게 동시집을 한권씩 사주었다. 그 덕분일까? 예상외로 고운 시가 많이 나왔다. 4학년 남학생 1명 모두 5명의 작품이 선정되었다. 우리 엄마, 벚꽃, 친구와 싸운 날 등 '무지개'를 지은 남자 어린이를 불러서 어떻게 지었는지 알아보니 3학년 때 본 무지개가 마음속에 살아있고 거기에 올라 놀고 싶다는 상상이 풍부한 꿈을 향한 동시였다.
아이들이 지어낸 시를 또 읽어보며 선생님들과 더욱 어여쁘게 시화를 꾸몄다. 작은 기쁨이 교실에 감돌고 교정의 자목련꽃잎이 짙게 응원하였다. 행사 당일 봄바람은 불었지만 하늘은 맑고 푸르렀다. 10개 시군, 단양, 제천에서도 참여, 50여 학교에서 220여 점의 시화작품이 박물관 광장에 가득 전시되었다. 함께 온 부모님들도 아이들 마음에 귀를 기울였다. 이날 제자 선생님들과 어린이들 격려차 청주교육대학교 총장님과 청주교육지원청 교육장님이 행사장을 찾아 시화 앞에서 고운 발걸음을 남긴 것도 한 편의 시였다.
이 칼럼을 통하여 다양한 교육활동 실천으로 바쁜 중에도 제자들에게 시를 써보는 기회를 선사한 선생님들과 학교장의 따뜻한 배려에 경의를 표하고자 한다. 어린이들에겐 한 번의 주어진 경험이 일생을 풍요롭게 할 수도 있음을 감히 말하고 싶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올해는 이토록 귀한 시를 지어낸 천재시인 윤동주 탄생 100주년을 맞이한다. 방학에 들어가는 7월 시인의 생가가 있는 용정 명동촌을 방문할 계획이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시와 함께라면 문제가 없다. 아이들이 캐낸 마음속의 시 한줄 한 줄은 내가 받은 최고의 선물이다. 그 향기 속에 5월이 깊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