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취임사에서 국민에게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고, 무엇보다 먼저 일자리를 챙기겠다, 차별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외부 일정으로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0) 시대’를 선언한 것은 우리나라 노동의 역사에 일대 전환을 가져올 첫 걸음을 뗀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공약 첫번째로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일자리를 창출해 청년실업과 노년 빈곤을 해결하겠다는 취지에서 공공부문 81만개, 민간부문 50만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해 희망의 메시지를 준 것은 대선 압승의 밑거름이기도 했다. 이번에 공공기관부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의 전환 의지를 밝힌 것은 일자리의 질을 높여 근로자들의 실질적인 소득 주준을 향상시키고, 사람다운 생활을 누릴 권리를 보장해주겠다는 뜻을 실행하는데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의 이날 선언은 획기적이었다. 우리 사회를 안으로 골병 들게 했던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있으며, 그 해법을 과단성 있게 내놓았다는 점에서 오히려 늦은 것이다.

기업들은 비정규직이 불가피하게 필요해서 생긴 것이라며, 비정규직을 없애면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실현 불가론부터 내놓고 있다. 한 보수 언론은 15일 “‘비정규직 0’이  말처럼 쉽다면 역대 대통령들이 왜 하지 않았겠나, 아예 비정규직 자체를 불법화 하는 법을 왜 만들지 않았겠나”라고 기업입장을 반영하는 반론을 펴기도 했다.

청소나 경비 같은 일은 비정규적을 쓸 수 밖에 없다는 말은 기업 입장에서는 옳은 것 같지만 근로자 입장에서는 동의할 수 없는 주장이다. 우리나라에 비정규직이라는 말이 생긴 것은 1997년 외환위기로 IMF에 경제주권을 빼앗긴 이후부터다. 한국은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표본적인 폐해 국가다. 중산층 붕괴, 소득 양극화 심화, 일자리 감소와 질 악화 등 부작용으로 기업의 돈을 쌓이는데 국민소득은 정체하는 나라가 됐다. 비정규직이 없을 때는 청소나 경비업무를 맡은 근로자도 모두 정규직이었다. 직종에 따른 직급과 급여에 차이가 있었을 뿐 적어도 근로자들 간에는 차별이 없었다.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고 생동감을 떨어뜨린 양극화와 비정규직 문제는 이제 한계에 왔다. 기업의 논리를 귀 기울아다 보면 해답을 낼 수 없다. 혁명적 발상과 결단만이 문제를 풀 수 있다.

기업에만 강요할 수는 없다. 노동자들도 책임과 역할을 부담해야 한다. 노동자가 노동자를 차별하는 이중적 구조도 깨뜨려야 한다. 공기업 정규직의 경우 평균 급여 평균이 7900만원이라고 한다. 여기에 판공비(업무추진비), 성과급을 포함하면 연봉이 억대에 근접한다.

반면 비정규직은 100만원 조금 넘는, 많아야 150만원, 연봉으로는 1800만원 미만이 거의 대부분이다. 정규직의 4분의 1도 안 되는 저소득에 시달리면서 일을 정규직보다 더 많이, 더 오래, 더 힘들게 한다. 황금연휴는 꿈도 못꾸고, 휴가나 휴일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성과급, 명절선물 같은 데서는더 큰 아픔을 겪는다.

이제 전체 근로자의 33%나 되는 650만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한다. 미국의 경제학자 토머스 프리드먼이 “미국이 멸망한다면 양극화 때문일 것”이라는 말은 한국에 더 맞는 말이기도 하다. 저항이 심해도 해야 한다. 시작이 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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