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북한이 8일 또 다시 미사일을 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이 오늘 아침 6시 18분경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북동 방향으로 단거리 지대함 순항미사일로 추정되는 수발의 발사체를 발사했다. 최고 고도 약  2㎞, 비행거리 약 200㎞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순항미사일이라면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아 우리 안보에 더욱 큰 위협이 된다.
북한은 지난달 14일 중거리단도미사일(IRBM) 화성12호, 21일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북극성 2형, 27일 지대공미사일 KN-06, 29일 정밀 유도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했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과 동시에 출범한 현 정부 들어서서 한 달도 안 돼 5번째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일주일이 멀다하고 반복되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세계 각국의 중단 압박과, 그들의 최근거리 동맹인 중국의 만류까지 걷어차며 거침이 없고, 게다가 모두 다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IRBM 엔진 서너개를 묶으면(클러스터링) 1만㎞ 이상 떨어진 LA나 샌프란시스코 같은 미국 서부 해안 도시를 충히히 타격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따라서 시험발사만 하지 않았을 뿐 북한은 이미 미국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ICBM을 손에 쥐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까지 여러차례 거듭하면서 정밀도를 가다듬어 미국으로서는 현실적으로 가장 위협적인 핵과 미사일 보유국가로 올라섰다고 평가해야 할 단계에 진입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4월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와 레이건 호를 동해에 진입시키면서 북한 선제타격과 김정은 참수 작전 운운하며 北을 위협했지만 北은 이에 전혀 흔들리지 않고 곧바로 미사일 발사(외형상 실패로 판단)로 맞서왔다. 미국도 으르렁거리기만 하다 잘 먹히지 않아서인지 지금은 잠잠해져 있는 상태다.
북한이 전혀 겁먹지 않고 대응하는 의도는 핵과 미사일을 완성하고 미국과 1대1로 딜(DEAL) 하겠다는 것이다. 전작권 환수에 이은 인계철선 제거와 주한미군 철수, 한미동맹 해체, 북미 평화협정 체결, 한반도 연방제 실시에 이은 적화통일이 북한이 짜놓고 있는 장기 플랜이다. 지금은 미국이 선제타격을 운운하면서 北을 위협하고 있지만 막상 北이 미 대륙에 핵공격을 가할 수준을 갖춘다면 협상에 나설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정작 바람앞에 등불과 같은 처지인 한국만 무감각하다. 이런 판국에 기왕에 한미양국이 합의한 사드 포대를 구성한 발사대 반입에 대한 보고 누락과, 사드 배치 부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재실시 등으로 방어용 무기체계 도입에 발목을 잡고 있으니 답답하기 짝이 없다.
청와대는 이날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 직후 오후 2시 NSC 전체회의를 소집하고 대통령 직접 주재해 대응책을 논의했지만, 전날까지 사드 배치 중단 입장을 보인 터여서 현 정권의 안보관에 대한 현실감이 떨어져 있는 인상이다.
이제 정부가 주한미군 사드 배치와 북 핵·미사일에 어떤 대안을 갖고 있는지 명확히 밝혀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시켜줘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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