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헌섭교육 체육부장
스스로 총명하지 못하나 부지런히 배워 익히면 날로 발전해 나아가 학문이 광명에 이를 것이므로 신하들이 서로 도와 어질고 착한 행실을 드러내 보여달라고 했다는 중국 주나라 2대 성왕의 시에서 유래됐다는 '일취월장(日就月將)'.

중국 삼국시대에 오나라의 왕 손권이 그의 장수 여몽이 무술에는 능하나 학문을 너무 소홀히 하는 점을 나무라자 학문을 열심히 닦은 뒤 전과 달라진 그의 높은 식견에 놀라워하는 노숙에게 "선비가 사흘을 떨어져 있다 다시 대할 때는 눈을 비비고 대하여야 합니다"고 했다는 여몽의 말에서 전래된 '괄목상대(刮目相對)'.

요즘 이 고사성어가 충북 교육계의 화두다.

얼마 전 발표된 전국 학업 성취도 평가 결과와 관련, 초등 전국 최하위라는 '오명(汚名)'에 맞서 가장 중요한 시기인 고교는 중위권으로 올라섰으니 '일취월장'이나 '괄목상대'한 게 아니냐는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말 많고 탈 많은 학업성취도 평가

학업 성취도 평가 결과 발표 뒤 후유증이 만만찮다. 충북에서는 이기용 도교육감이 즉각 도민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했고 대전·충남북 교육청에서 서둘러 대책을 발표하는 등 조치가 이어졌다.

그렇지만 각계의 질타가 끊이지 않았고, 교육 당국의 대책에도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해 이뤄졌던 전국 일제고사의 찬·반 공방이 또다시 재연되고, 평가 관리 부실 문제가 확산되면서 평가 자체를 거부한다는 학부모회나 전교조,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이 이어지는 등 여전히 시끄럽다.

정부가 학생들의 학업 성취 수준을 파악하고 학력 격차 해소와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한 교육 정책을 수립한다는 명목으로 지난 해 10월 처음 실시된 이 평가는 전국에서 196만여명의 초·중고생이 참여했다.

평가 결과 전국은 차치하더라도 충청지역인 대전·충남북조차 학력 차이가 컸다.

'보통학력 이상' 비율로 따질 때 초등생의 경우 대전은 전국 최상위권을 기록한 반면 충남은 하위권, 충북은 최하위권이다. 중학교도 대전은 전국에서 4∼6위로 상위권을 차지했으나 충북은 12∼16위로 전국 최하위권에 머물렀고, 충남도 9∼15위에 그쳤다. 그렇지만 고교는 상황이 달랐다.

대전과 충북은 8∼9위로 중위권을 차지했지만 충남은 전국 최하위로 평가됐다. 대전은 초→중→고교로 진학할수록 학력이 떨어진 반면 충북은 그 반대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 것이다. '기초학력 미달' 비율을 기준으로 하면 초등학교는 중하위권, 중학교는 중위권, 고등학교는 중상위권이다.

-'성적'보다 빛난 '양심'

초·중등교육의 마지막 관문이자 학생들의 최종 목표인 대학 입시를 앞둔 고교 성적을 놓고 보면 충북은 전국 어느 시·도에서도 사례가 없을 정도로 '일취월장(日就月將)'했다.

예전 학업 성적이 전 달보다 크게 오른 학생들에게 수여하던 '진보상(進步賞)'을 받을 정도로 '일진월보(日進月步)'한 것이다.

더욱 주목할 점은 충북교육의 '양심'이다.최근 전국 곳곳에서 평가 결과를 허위로 조작해 보고하거나, 운동 선수들을 시험에서 제외시키는 등 보다 나은 평가를 받기 위해 교육계 내부에서 '권모술수(權謀術數)'가 판을 쳤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 충격을 줬다.

교육 당국자들의 '눈가리고 아웅'식 얄팍한 행위가 전국에서 자행됐지만 충북에서는 그 같은 추악한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다. 충북은 학업 성취도 평가가'교육·양반의 도시' 명예를 더 단단하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돼 오히려 '약'이 됐다.

가장 정직하고, 정확하고, 공정해야 할 교육기관에서 행해진 그 같은 불미스런 사태가 충북에서는 단 한건도 없었다는 사실을 높게 평가해야 한다.

초등 전국 최하위에서 고교 중상위권으로의 도약, 다른 지역 교육계와는 달리 성적을 위해 부정과 결코 타협하지 않은 '선비의 고장' 명예를 굳건히 지킨 점에서 충북교육의 희망을 찾을 수 있지 않겠는가.

'채찍'보다는 '당근'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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