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터보기계, 회생계획인가 결정
회사 대표 미국서 수년째 법정 다툼
"억울한 사연 알려져 잘 해결되길"

[충청일보 송근섭기자] 국내·외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던 충북지역 유망 중소기업이 잇단 악재를 딛고 재기에 나섰다. 하지만 회사 대표가 미국시장 진출 과정에서 사기 혐의를 받고 수년째 외로운 법적 다툼을 이어가고 있어 회사 정상화에 가시밭길이 계속되고 있다.

14일 청주지법은 '한국터보기계 주식회사'에 대해 회생계획 인가 결정을 내리고 13일자로 공고했다. 당초 관리인이 제출한 회생계획안은 지난달 8일 열린 관계인집회에서 다수의 동의를 얻지 못해 가결되지 못했다.

하지만 법원은 회생계획안 일부를 변경해 인가하는 것이 회생채권자, 근로자, 주주 등 이해관계인의 이익에 부합된다며 사실상 '강제 인가'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한국터보기계는 일부 채무를 탕감 받고 재기를 도모할 수 있게 됐다.

지난 1997년 충북 청주에 문을 연 한국터보기계는 고성능 송풍기와 압축기 개발 등으로 국내외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아 온 유망첨단기업이다.

대한민국 기술대전 대통령상, 신기술실용화 정부포상 유공자부문 대통령 표창, 국가환경경영대상 전문대상 중소기업부문 국무총리상, 1000만불 수출의 탑, 충북도 우수중소기업인상 등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독일에도 2건의 기술 이전이 이뤄졌을 정도로 충북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업체로 성장 중이었다.

그러나 미국에 고성능 송풍기를 수출하는 과정에서 2010년 말 선적 제품에 '미국 내 조립(Assembled in USA)' 표기를 한 것이 '경기부양법(ARRA)' 위반 사례로 적발되면서 회사에 악재가 시작됐다.

미국 연방 검찰은 2012년 이 회사 이헌석 대표를 '연방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상대 사기 미수' 등 8개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에 범죄인 인도 요청서를 보냈고, 이 대표는 2015년 1월 국내에서 구속돼 미국으로 보내졌다.

이후 회사의 수출 등 업무와 자금사정이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회생절차를 밟게 됐고, 이 대표는 미국 현지에서 가택 구금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는 사이 130여명에 달하던 직원은 20여명까지 줄었고, '유망기업'이라며 주목하던 사회의 관심도 식어갔다. 어렵게 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 인가 결정을 받아 재기를 노릴 수 있게 됐지만, 대표의 복귀가 이뤄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 대표 측과 회사 직원들은 미 검찰이 공소사실을 바꿔가면서까지 '억지 유죄'를 만들려 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법무부와 외교부 등에 '인도조약 위반을 선언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을 하고 있지만 아직 별다른 반응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5년 범죄인 인도 당시 충북지역 경제계도 탄원서를 내는 등 큰 관심을 보였지만 현재는 눈에 띄는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회사 직원들은 경영 정상화와 기술력 보호 등을 위해 지역사회와 정부의 관심을 호소하고 있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회생계획 인가 결정으로 재기의 발판은 마련됐지만, 여전히 어려움이 많은 상태"라며 "회사와 대표의 억울한 사연이 알려져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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