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앞당겨 실시된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을 찍은 사람들 가운데서도 많은 사람들이 이것만은 건드리지 말아야 할텐데라고 생각한 것이 바로 안보문제였다. 당시 문 후보를 찍지 않은 사람들은 사드배치 결정과 한미동맹 관계의 틀을 깨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표를 주지 못한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자꾸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보겠다는 유혹을 누르지 못하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첫 한미 정상회담을 10여일 남겨놓고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미국 워싱턴에서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한다면 미국과 논의를 통해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 “미군의 전략무기가 전진 배치되니까 북한이 미사일도발로 대응하는 것 같다”,“한반도에 미국의 전략무기 전개를 축소할 수도 있다”고 한국의 공직자라는 사실이 의심스러운 발언을 했다. 더 압권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 동맹이 깨진다는 인식이 있는데, 그렇다면 그게 무슨 동맹이냐”는 발언이다. 도대체 동맹과 국가안보의 메카니즘을 알기나 하는 건지 황당할 정도다.

그의 발언으로 양국 관계가 급랭하고 있다. 문 특보는 더구나 이 발언이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밝혀 더 미국을 당황하게 했다. 한미 동맹 관계와 국가안보에 치명적 타격을 가할 수도 있는 위험한 발언이 보도되자 야당은 즉각 비판을 쏟아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19일 열린 당 비상대책회의에서 “50여 년간 피로 지켜온 한미동맹을 한 방에 깨뜨릴 수 있는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며, 북한과 중국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자의적 핵개발 논리와 궤를 같이 한다”며 “국가 운명이 걸린 외교안보의 상전노릇이나 대통령의 멘토역할을 하지 말고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김영우 바른정당 의원은 “북한의 김정은이 바라는 바를 얘기했다”며 “문정인은 김정은 특보냐”고 비판했다.

미국은 애써 감정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미 정부 동아태 담당 관계자는 한국 언론 인터뷰에서 문 특보가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이라고 누누히 밝혔음에도 “우리는 미스터 문의 개인견해로 본다”고 말해 문 특보의 발언 의미를 축소했다.

청와대는 19일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문 특보에게 별도로 연락해 ‘곧 있을 (한미 정상회담 등)한미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엄중히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동맹국 미국이 신경을 건드리는 안보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는 치고빠지기 식의 위험한 언행과 해명이 반복되고 있다. 주한미군 사드 배치 문제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국방부가 사드 추가 도입 부분에 대해 보고를 누락했다고 문 대통령에게 보고하면서 평지풍파와 다름없는 대소동을 일으켰다. 보고를 안했으면 묻던가, 내부적으로 국방장관을 불러 경위를 따지면 될 일이었다.충분히 처리될 일을 공개해 동맹국 미국을 자극하고 주변국가들에게 엉뚱한 인식을 갖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사태가 커지자 청와대는 사드 배치를 합의한 전 정권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다분히 미국을 달래는 발언을 내놓았다.

한두번도 아니고 일주일이 멀다하고 이런 식으로 동맹을 자극하는 언행들을 되풀이 한다면 김정은이 염원하는 한미동맹에 금이 갈 수 있다. 사드가 철수하고 주한미군이 철수한 후 미국인들마저 빠져나간다면 우리 국민을 기다리는 것은 아마도 미국의 거침없는 북폭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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