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완보 충청대 교수

[심완보 충청대 교수] "저런 미친놈, 그까짓 사소한 일로 다른 사람의 생명 줄을 끊나?" 점심시간에 식당 TV에서 보도되는 뉴스를 보면서 직장 동료가 내뱉은 말이다. 6월 들어 비도 안 오고 계속되는 폭염으로 인한 탓인지 연일 분노를 참지 못하고 발생하는 끔찍한 사건, 사고들이 많이 보도되고 있다. 지난 8일에는 경남 양산시 아파트 주민이 외벽에서 밧줄에 매달려 벽면 보수공사를 하던 작업자의 휴대전화 음악 소리가 시끄럽다며 항의하다 밧줄을 끊어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지난 16일에는 충북 충주시 한 원룸에서 평소 인터넷 속도가 느리고 자주 끊기는 것이 불만이었던 집주인이 인터넷 고장수리 나온 설치기사와 말다툼 끝에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뉴스에 소개되는 분노로 인한 범죄의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층간소음으로 위층으로 달려 올라가서 몸싸움 끝에 칼부림을 하는 사건도 있었고, 운전 도중에 상대방이 길을 비켜주는 않는다며 흉기를 휘두르기도 하고, 연인이 이별통보를 했다고 찾아가서 몸에 불을 지르는 등의 강력 사건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사회생활 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억눌린 분노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하며 성인 10명 중 1명은 분노 조절 장애로 인한 치료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한다. 만일 이들의 분노가 극에 달해 거리에서 불특정 타인을 공격하면 묻지마 범죄가 되고 분노표출의 대상이 내면으로 향하면 우울증에 걸려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심리학자 프랭크 미너스는 "분노는 타인으로부터 무시당하거나 자신이 무가치한 존재로 취급될 때 폭발한다."고 말한다. 이같이 분노는 자신의 가치나 욕구, 신념이라는 자기보전의 감정이 거부당할 때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분노 범죄의 가장 큰 원인은 현대인들의 억압된 스트레스라고 한다. 모 TV 프로그램에서 시간 엄수라는 부담감이 현대인들에게 얼마만한 스트레스를 주는지 알아보기 위한 실험을 해보았다. 도착 시간에 제한이 없는 팀과 도착 시간에 제한이 있는 팀, 두 그룹으로 나누어 운전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시간제한이 있는 팀에서 사고율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분노조절장애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이기보다는 한 개인이 존재하고 있는 사회 내부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직 등으로 인해 소득이 감소하여 세상살이가 갈수록 힘들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의도대로 일이 풀리지 않으면서 좌절감이 쌓이는 것도 분노조절 장애의 주요한 원인이라고 한다. 실제로 2012년 발생한 묻지마 범죄 피의자 48명 가운데 36명은 범행 당시 무직이었고 11명은 비정규직 혹은 일용직 종사자였다고 한다. 전체 중 20%인 10명은 고정된 주거지가 없었고 50%인 25명은 동거인 없이 혼자 살고 있었다고 한다.

 최근 취업난을 겪는 청년층이나 경제적 압박을 받는 계층이 화풀이 형태로 사회적 공격을 행하는 사건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분노범죄를 단순한 개인의 미친 짓이라고만 치부하지 말고 개인적 요소와 사회적 요소를 모두 고려해 대응책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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