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새 정부 5년간 국정 운영의 기틀 마련을 주도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김진표 위원장의 잇단 돌출 발언이 논란을 빚고 있다.
김 위원장은 21일 "국민 눈높이에 맞게 인사청문회 기준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그가 말한 '국민 눈높이'가 정작 국민 눈높이와는 동떨어진 주관적 눈높이인 데다, 과거 자신이 강조했던 눈높이와도 배치된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 내각 인선 과정에서 일부 후보자들의 위장전입과 논문 표절 문제가 제기된 것과 관련해 사안별로 다른 적용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그의 논리다.
위장전입 문제는 과거에 별다른 죄의식이나 범법의식 없이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만큼 시점에 맞춰 융통성있게 적용하자는 말이다.
논문 표절 문제 역시 2008년 교육부 가이드라인 정비 이전에는 관대하게 인식했던 만큼 2008년 이후와 구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와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소중한 인재들이 희생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렇다면 과거 일반 서민들이 위장전입이나 논문표절을 관행처럼 해왔는지,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라면 과거 잘못은 모두 용서되고 이해돼야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그가 관행이라고 말하는 위장전입이나 논문표절은 소위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고의적·이기적 발상에서 이뤄져 온 명백한 범법행위이며, 그들의 권력과 위세 때문에 그에 부합된 처벌이 이뤄져 오지 않은 것이 그릇된 관행일 뿐이다.
더욱이 그가 민주당 원내대표를 맡고 있던 20011년 5월 당시 이명박 정부 내각 인선 과정에서 위장전입과 논문표절 등 비리가 제기된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 철저한 현미경 검증을 통해 이들 모두를 '리콜'해야 한다고 강조한 소신은 어디로 갔는가.
"예로부터 장관과 같은 직책은 선비라는 이름을 붙여 도덕성 면에서 다른 사람보다 우위에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 사람도 김 위원장이다.
이같은 김 위원장의 언행은 정치적 소신이나 도덕적 가치관을 상황에 따라 바꿔 말하는 견강부회에 불과하다.
수도권과 비수도권간 균형 격차 해소를 통한 비수도권 성장정책의 보호막이나 다름없는 수도권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발언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명백한 논리적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수도권 규제를 유지하면 기업들이 지방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외국으로 가는 만큼 수도권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발상을 지닌 그가, 강력한 지방분권을 천명한 문재인 정부의 국정 방향 설정을 책임진 국정기획자문위를 이끌고 있다는 것이 위태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는 대목이다.
국정기획자문위는 특정 개인의 주관적 판단이나 즉흥적 발상을 앞세운 편협하고 경도된 정책 대안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국민적 여론과 합의를 수렴해 누구나 공감하고 동의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주어진 책무다.
이런 점에서 김 위원장의 발언은 새 정부에 많은 기대감을 갖는 국민에게 오히려 불신과 우려를 초래하고 국정 혼란과 난맥상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따라서 김 위원장은 더욱 신중하고 객관적인 언행으로 불필요한 논란과 비판을 자초하지 않도록 자중자애하길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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