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

[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 유난히 후텁지근하던 2년 전 이맘 때, 청주 지북동 정수장 인근 도수관로 연결에 주먹구구식 공사를 하다가 수돗물 공급이 끊긴 사고는 아직 먹먹하다. 당시, 나흘 동안 13개 동 19,000여 세대가 원시적 불편과 고통을 겪은 건 필자도 마찬가지다. 애꿎게 청주시청 홈페이지와 전화기만 달궈지고 상수도사업본부장 아래 3개과 14개 팀원 모두 오금 저렸을 일이다. 다행히 한국수자원공사와 소방서의 발 빠른 공조로 '비상 체제'를 잠재울 수 있어 다행이었다.
올해도 물이 없어 산천은 타들어 간 채 부랴부랴 엄청난 특별교부세로 관정을 파고 뜨거운 도로엔 부랴부랴 살수차까지 동원되지만 해갈보다 갈증 논란을 불렀다. 기상대는 여전히 비 소식 없음을 예보한다. 원인 중의 하나로 지구 온난화 등에 따른 기후변화를 꼽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여전히 우리 국민의 물 소비량은 세계 최고다. '작은 이슬이 모여 큰 바다를 이룬다'고 했다. 기상 이변에 대응, 습관적으로 아껴 써야 끔찍한 물의 재난을 막을 수있는데 아직 자폐를 느끼지 못하니 문제다.
'물 쓰듯'이란 '별 생각 않고 흥청망청 낭비함'이다. 땅을 뚫어 수십 미터 지하수를 뽑아 쓴 '펌프 세대'는 물맛을 제대로 안다. 필자의 고향 집 앞쪽을 흐른 개울은 동네 아낙네가 씻던 수다 겸용 빨래터였다. 그래도 마구닫이로 헤프게 쓰거나 오염시키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수중보(水中洑)와 웅덩이를 만들어 농사 용수를 마련했다.
최근 대책 없는 도시화로 빗물을 저장할 산지가 좁아졌고 툭하면 상수도관이 터져 길바닥에 그 아까운 물을 쏟아낸다. 시멘트나 보도 블록으로 덮혀 밟을 땅 조차 찾기 어려우니 빗물 스며들 틈이 없다. 그래도 수도꼭지만 틀면 깨끗한 물을 만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전기나 석유, 가스는 유독 절약이 몸에 배 있으면서 물만큼은 예외다. '깊은 우물은 가뭄을 타지 않는다.'는 속담처럼 기초가 단단하면 아무리 불리한 조건도 슬기롭게 넘길 수 있다. 물을 아껴 쓰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유비무환(有備無患)'의 경고다.
물을 일컬어 '황금알 거위'로 비유하고 있다. 그만큼 여러 기업들의 신성장 동력으로 곤두세우고 있다. 물은 전력보다 훨씬 무기에 가깝다. 예부터 산과 내를 잘 관리하여 가뭄이나 홍수 등, 재해를 입지 않도록 매우 민감하게 대처했던 '치산치수(治山治水)' 정책이야 말로 오늘날 큰 울림의 지혜다. 필자가 주시하는 것 역시 미래 대비 보강작업이다. "왜 하필 이 때 그 엄청난 양의 물을 방류하느냐?"는 빈축은 가뭄 피해규모보다 훨씬 농심을 태웠다. 대통령이 4대강 보문을 지켜야 마음 놓는 고질병폐에서 벗어나 농민의 필요에 따라 수문을 여닫게끔 항구적 수자원(水資源) 입국으로의 혁명을 이뤄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