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 예년보다 절반 뚝… 부정청탁금지법이 원인
전화나 메시지 등 대신… 꽃집 특수 사라져 '울상'

[옥천=충청일보 이능희기자] 부정청탁금지법이 공직사회에 빠르게 정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 옥천군은 지난달 27일자로 7월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 대상자는 승진 24명을 포함해 총 124명에 이른다. 하지만 매 인사 때마다 의례히 펼쳐지던 축하화분 배달 행렬은 찾아볼 수 없었다.

책상과 간단한 사물을 옮기는 직원들만 분주할 뿐 인사철이라는 사실을 알아채기 어려운 실정이다. 과거에 비해 규모가 줄었을 뿐 아니라 5만원 이상의 화분이나 난은 눈에 띄지 않았다.

화분이나 난은 주로 친목단체, 가족, 학교 선후배 등이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청탁금지법 8조 3항에 따르면 '직원상조회, 동호인회, 향우회, 친목회, 종교단체, 사회단체 등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구성원에게 제공하는 금품'은 금품수수금지의 예외조항에 해당한다.

예년만 해도 5급 이상 간부급 인사에서 40∼50개가 넘는 축하 난이 사무실을 뒤덮었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서기관으로 승진한 모 실장은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20여개 남짓 받았다. 직무와 연관성이 없는 분들로부터 온 것이기에 그대로 받고, 경로당이나 사회복지시설 등에 기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정청탁금지법이 인사철의 관공서 사무실 모습도 바꿔놓고 있는 것이다.

축전이나 스마트폰 메시지가 축하 난을 대신하는 풍토가 생기면서 매년 인사철마다 난과 화분 등으로 사무실이 꽃밭으로 바뀌는 풍경이 이제 옛말이 됐다.

축하 난의 경우 5만 원 미만짜리도 많이 있지만 불필요한 오해나 괜한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아예 생략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승진·전보 인사에 따른 송별 모임도 변화하고 있다. 이전만 해도 기본 1차 모임에 2차 노래방 등 밤 늦게까지 계속됐으나, 지금은 간단히 1차 식사를 하고 귀가하는 분위기다.

이와 반대로 소비위축이 현실화 됐다.

인사철 축하난이 사라지면서 화훼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옥천읍내 꽃집들은 인사철 축하 난과 화분 주문이 몰릴 때지만 올해는 매출이 반토막 났다고 하소연했다.

옥천읍의 한 꽃집 주인은 "이번 인사철에 대부분 3∼4만원 대의 화분과 난을 배달했는데 이마저도 주문량은 지난해에 비해 절반가량 줄어들었다"며 "김영란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가게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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