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문재인 정부가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을 비롯한 남북관계 개선을 제의한 지 사흘만에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 남북관계는 물론 세계 안보에 대한 위협 수위를 높였다.
북한은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미국 본토까지 타격이 가능한 핵미사일 고도화에 성공한 셈이다.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통해 한반도의 비핵화를 평화적인 방식으로 달성하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같은 합의를 비웃기라도 한 듯 핵미사일 발사 성공을 주장하며 또 다시 도발에 나선 것이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거의 매주 미사일 도발을 감행해오다 한 달 정도 주춤했으나, 한미 정상회담 직후에 그것도 고도화된 핵미사일인 ICBM을 발사하며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같은 북한의 도발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선 어떠한 대화도 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노골적 불만과 핵미사일 보유국이란 위세를 전 세계에 과시하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이같은 북한의 핵 도발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7일 독일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통해 남북관계와 관련한 의미있는 메시지를 발표할 방침이었으나, 이번 미사일 도발로 전향적인 청사진을 내놓기는 힘들게 된 모양새다.
민간스포츠 교류를 통해 한반도 화해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겠다는 정부의 구상도 헛다리만 짚은 꼴이 됐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여를 통한 태권도 교류 제안에 대해 북한은 '천진난만한 소리'라고 일축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남북관계에 있어 대화가 중요하다는 입장엔 이견이 있을 수 없지만, 지금같은 한반도 긴장 분위기 속에선 대화보단 더욱 강력한 제재와 압박이 필요하다.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북한의 노선을 살펴보면 우리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북한은 지난달 6·25전쟁 67주년을 맞아 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을 통해 '자위적 핵 억제력은 결코 그 어떤 협상물이 아니다'라며 북핵 포기를 남북관계 개선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할수록 남북관계는 더욱 경색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물론 국제사회가 징벌적 조치 차원에서 더욱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이 스스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의 장으로 나오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에 반대 입장을 보여온 중국과 러시아도 이번 핵미사일 도발을 계기로 정책의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국제사회의 합의에는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아울러 우리 정부의 대북 미사일 방어체계 등 군사정책 강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는 등 강력한 대북정책 기조를 새롭게 점검하길 촉구한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