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6.4% 오른 시간당 7530원으로 결정했다. 금액으로는 지난해 6470원에서 1060원이 오른 액수다. 이번 인상률은 지난해의 7.3% 보다 배 이상 높고, 2010년 이후 연평균 인승률(8.7%)의 두배나 된다. 지난 2001년 16.6% 이후 17년 만에 최고다.
이번의 기록적인 인상 결정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때 내놓은 소득 불평등과 내수 활성화를 위한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실현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선 매년 15.6%씩 3년간 올려야 하는데 이번에 그 목표치를 초과한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해마다 노사 간에 극명한 대결 양상을 반복해왔다. 인상률이 높을수록 근로자들은 혜택을 보게 되지만, 사용자 측은 경영상 어려움을 호소한다.
이번의 대폭인상은 혜택을 보는 근로자들에게는 더 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최저임금 시간당 7530원은 월급으로 환산하면 주 5일· 하루 8시간·주 40시간·월 209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올해보다 22만 1540원이 오른 157만 3770원이다. 근로자 입장에서 는 이 액수로는 한달 생활하기가 빠듯하다. 1인 1가구 생활비로도 어려운데 식구가 두 세 명 딸려 있다면 주거비와 식료품비 공과금 등을 제하면 교육비는 고사하고 운신하기도 어려운 돈이다. 그래서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 측 위원들은 타결 직후 성명을 통해 “500만 저임금 근로자와 국민 여러분의 기대였던 최저임금 1만 원을 충족시키지 못해 죄송하다”고 밝혔다.

반면 사용자 측, 그중에서도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 경영자 측에서는 인건비 급증으로 폐업이 속출할 거라며 강한 불만을 표출한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으로 임금 상승효과를 보는 노동자는 463만 명, 전체 근로자의 23.6%에 달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7.4%에 비해 6.2%가 늘어난다. 또 지난해 정부의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보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노동자가 264만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13.6%에 이른다. 최저임금 근로자의 85%가 중소상·공·기업에서 근무하는데 이들에게 내년에 최저임금이 적용될 경우 중소 상·공·기업인들이 극심한 경영 압박을 겪게 될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이들 업체들이 내년에 추가로 부담해야 할 인건비가 15조 2000억원에 달한다.
정부가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7.4%)를 초과하는 인상분을 재정으로 지원하겠다는 등  소상공인·기업에 대한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세금을 기업의 임금 보전에 쓰는 것도 재정 형편과 명분상 한계가 있다.
최저임금을 올려도 문제이고, 올리지 않거나 문제는 여전하다. 기업도 살고 소득양극화도 해사하기 위해선 최저임금 인상만이 능사가 아니다. 입사 후 4~5년이면 7000만원대 이상 고임금을 받는 대기업·공기업의 귀족노조 소속 노동자들과 타협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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