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서울취재본부장

[이득수 서울취재본부장]박근혜 정부 4년은 해마다 대형 사건으로 세월을 다 보냈다. 하나하나가 발생한 그 해(年)를 특정짓는 이름으로 써도 충분할 정도로 깊은 상처를 남겼다. 출범 첫 해인 2013년엔 인사 참사로 정권 초기의 예봉을 꺾었다. 이듬 해 4월에 일어난 세월호 침몰 참사는 나라 전체를 뒤흔들었다. 이 사건은 3년 후에 박 정부가 무너지는 계기가 됐다.

기운 빠진 朴 정권을 다시 한번 강타한 것이 2015년 봄의 메르스 확산 사건이었다. 유커(중국 관광객)들을 하루 아침에 서울 삼청동·광화문 거리에서 몰아내 쇼핑·음식점 등 관광산업을 질식시켰다. 또 박 전 대통령이 권좌에서 끌려 내려온 작년엔 연초부터 사드배치 여부를 놓고 국력을 고갈시키는 공방을 벌이더니, 급기야 '근본도 없는' 측근 여성의 국정농단으로 현직 대통령의 탄핵 파면이라는 미증유의 사태를 겪었다. 박 전 대통령은 잘못한게 없다고 항변하지만, 국민들은 그에게 책임을 물었다.

보궐 선거를 통해 새 정부가 들어서자 국민들은 이제 좀 맘 편히 살 것 같다, 다 잘 되어 갈 거야라고 생각했을 터이다. 그러나 한 달도 못 돼 이런 기대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어쩌면 국민들이 편안하게 지내는 걸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이 文 대통령은 잊을 만하면 대형 논란꺼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출범 초기의 높은 국정 지지율을 너무 과신한 것 아닌가 싶다. 여기 저기 폭탄을 터뜨리고, 무슨 정책을 내놓아도 국민들이 지지해 줄 걸로 철석같이 믿는 모양이다.

사드 발사대 추가 도입 보고 누락 발언에 이어 환경영향평가 재실시를 지시해 '사드 논란'에 다시 불을 붙이고, 동맹국 미국의 의심을 초래했다. 사드보고 누락 건은 국가 안위와 관련된 사안이고 내부적으로 처리해도 될 일이었다. 탈원전 선언과 건설 중인 신고리원전 5·6호기 공사중단 조치 역시 공연히 벌집을 쑤셔놓은 거나 다름없다. 탈원전이 우리 나라의 현 상황에서 그렇게 시급한 일도 아니려니와 뾰족한 대안도 마련해놓지 않아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식이다.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한 원전 기술력을 내세워 해외 원전건설 시장에서 막대한 돈벌이를 할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는 격이다.

추경예산안에 일자리 증설을 명분으로 공무원을 1만 2000명이나 증원하겠다는 것도 국가 재정에 폭탄을 던진 것이다. 공무원 실질 평균연봉이 8853만원대에 달한다는 조사결과에 비춰보면 엄청난 세금이 공무원 월급으로 나가야 한다.남북대화·교류·대북지원·평화협정 제의도 시의적절성이 한참 떨어진다. 북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 뿐 아니라 중국에까지 압박 강도를 높여가고 있는 미국과 일본이 기분나빠하고 반대하는 건 당연하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모두가 지금 시점에 굳이 건드릴 필요가 없는 것들이다. 대선공약 이행을 위한 것이라지만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 자신감이 넘치는 건 좋으나 현실을 직시하고 반대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독선과 독주는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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