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규 정치부장(부국장)

 

[이정규 정치부장(부국장)] 요즘처럼 전 국민의 눈이 충북도의회에 한꺼번에 쏠린 적이 있었을까.
충북도의회는 1952년 5월29일 1대 도의회가 개원하면서 시작됐다.
1961년부터 1991년까지 공백기가 물론 있었지만, 65년의 결코 짧지 않은 역사를 자랑한다.
충북도의회 기나긴 역사에서 지금처럼 국민적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는 기록은 보이지 않는다.
문제의 촉발은 행정문화위원회 소속 의원 4명이 물난리를 뒤로하고 프랑스·이탈리아로 해외연수를 떠나면서부터였다.
비난 여론이 빗발쳤고 결국 떠났던 의원 모두 일정을 채우지 못하고 돌아왔다. 그 중 1명은 의원직까지 내놓았다
게다가 행정문화위원장인 김학철 의원이 한 방송사 인터뷰에서 (본인은 억울하다는 입장이지만) 부적절하게 발언한 내용이 전파되면서 국민적 공분(公憤)을 사게 됐다.
김 의원의 귀국 인터뷰가 밤 12시에 이뤄졌는데도, 전국에서 60명이 넘는 취재진들이 충북도청으로 몰려오는 진풍경까지 벌어졌다.
충북도의회 사무실은 연수 보도 이후 연일 비난성 전화로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도의회는 자치단체 법령인 조례 제정과 개정, 폐지 등 기능을 담당하는 입법기관이다.
도나 교육청 예산안을 심의 확정하고 결산을 심사하며, 지방세 부과징수조례를 제정하거나 개정하는 재정 권한도 갖고 있다.
한편으로는 도민의 대표기관으로서 행정집행을 감시하고 통제하며, 공공이익을 위해 집행기관, 중앙정부, 민간단체에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도의회는 이런 본연의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감당해야만 할 의무를 도민들로부터 부여받았다.
그렇기때문에 의원 한 명 한 명의 행동이나 말은 뉴스가 된다. 이를 역이용할 수도 있는 부작용을 감수하고서라도 말이다.
비난의 대상이 된 해외 연수도 마찬가지다. 도민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한 요소가 없는 지 사전에 꼼꼼히 살펴, 보완했어야 했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포기하는 결단도 필요했다. '엎질러진 물'이지만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다.
차제에 지방의회 해외 연수 프로그램을 손질해야한다는 의견도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다.
충북도의회가 모범적인 일로 국민들의 관심을 받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안타까움이 적지 않지만, 충북도의회는 이번 일을 교훈삼아 진정으로 거듭나야만 한다.
65년 의정사에 원치않는 '오점(汚點)'을 찍게된 충북도의회.
다시는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으며, 다시한번 충북도의회의 달라진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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