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지키고 '정'을 채우는 귀중한 요소
우리 인체는 구성 측면에서 정(精)·기(氣)·신(神)·혈(血)로 이루어졌다. 특히 정은 우리 몸을 키우고 지켜주니 이보다 귀중한 것이 없다. 정이 가득하면 기가 튼튼해지고, 기가 튼튼하면 신이 왕성해지며, 신이 왕성하면 혈이 맑아지고 순환이 순조로워 몸이 건강하게 된다. 몸이 건강하면 병이 적어져서 안으로는 오장이 충실해지고 겉으로는 피부가 윤택해지고, 얼굴에서 빛이 나며 눈과 귀가 밝아진다.
성욕을 절제하는 것은 정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이다. 정이 고갈되면 기가 쇠하고, 기가 쇠하면 병이 오고, 병이 오면 몸이 위태로워진다. 정은 음식을 통하여 보충이 되는데 정이란 글자가 쌀 미(米)와 푸를 청(靑)으로 구성되었듯이, 음식 중에서도 곡식과 채소의 기운이 정으로 만들어진다.
야채는 곡류와 함께 인체에서 가장 중요한 정을 채우는 요소이므로 야채의 섭취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리 조상들은 계절에 따라 다양한 야채를 밥상에 올렸으며 신선한 채소를 구하기 힘든 계절인 겨울에는 김장김치를 담가 부족한 부분을 채우도록 하였다. 근래에 이르러 삶의 질을 추구하면서 음식과 주거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바람직한 모습이다. 신선한 야채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는 주장은 일견 매우 합당한 일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검토하면 신선한 야채를 많이 섭취해야 한다는 주장에 오히려 몸을 해롭게 하는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 먼저 생야채를 그대로 먹는 것은 대체로 해롭다. 대부분 야채는 채독(菜毒)을 제거하는 조리과정을 거친 다음에 밥상에 올려야한다. 조상들이 파릇하고 순한 봄나물도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다음 조리하였는데, 이것은 채독을 없애는 방법 중에 하나이다. 채독이 덜한 깻잎의 경우 참기름이나 들기름 그리고 간장에 담가 먹는데 채독을 없애는 방법 중에 하나이다. 야채 중에 이러한 해독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먹을 수 있는 것은 상추 등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이 또한 된장·고추장·막장 등을 함께 쌈으로 먹어 채독을 해소하도록 하고 있다. 장류는 모든 독을 해소하는 효능이 있다. 전통밥상을 표방하는 음식점에서도 야채의 독을 제대로 제거하지 않고 상에 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야채의 성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소치이다.
둘째, 다양한 야채를 밥상에 올리는데 이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전통적으로 섭취하지 않았던 약초의 잎이나 야채들은 채독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역사와 전통이 일천한 구미의 식탁을 흉내 내어 외국 채소를 밥상에 올리는 경우가 있는데 건강에 좋지 않다. 우리 몸은 조상 때부터 길들어진 음식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굳이 음식으로 먹으려면 채독을 제거하는 과정을 거친 후 먹는 것이 좋다.
셋째, 어린 새순을 밥상에 올리는 경우가 있는데 바람직하지 않다. 어린 새순은 파릇하고 여려서 먹기에 좋아 보이나 채독이 강한 것도 있다. 어린 싹을 새나 벌레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보호독이 있어 인체에 쌓이면 좋지 못하다. 잘 가려서 먹어야 한다. 조상 때부터 오랜 세월 먹어왔던 야채는 철저한 검증을 거친 것들이므로 몸에 이롭다.
채독이 쌓이면 몸이 붓고 피부색이 검푸르게 변해간다. 처음에는 기능적인 이상이 형색으로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조직적 이상을 주로 검사하는 양방병원에서는 이상이 발견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이럴 때는 급히 한의원에 방문하여 체질과 병증에 맞추어 치료를 받아야 한다. 방치하면 간이나 신장 등 오장에 손상을 입힐 수 있다.
이제 봄나물이 본격적으로 나오는 계절이다. 제철음식은 계절의 변화를 이겨내도록 도와주는 보약이다. 달래·냉이·씀바귀뿐만 아니라 취나물·두릅 등 다양한 봄나물들을 알맞게 조리하여 섭취하면 보약과 다름없다.
▲ 박 성 규 예올한의원 원장 본보 한의학 전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