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이 세상 무엇을 딱히 밝음과 어둠으로 나눌 수 있을까만 유독 교육 기부는 희망에 무게가 실린다. 초·중등교육의 창의적 체험활동을 위해 2010년 도입된 제도로 기업·대학·공공기관 등이 보유한 인적 물적 자원을 학교발전과 창의 우수인재 육성에 직접 활용할 수 있도록 비영리로 제공하는 교육부 중점 정책과제였다.
필자가 교장으로 재직하던 학교의 경우, 농협과 협약체결 후 전교생에게 농사법을 직접 가르치며 재배한 작물들을 알곡으로 여물렸다. 그냥 꽂아만 놓으면 저절로 쌀이 나오는 줄 알았던 아이들에겐 신기한 체험이었다. 모를 심는 법부터 기부가 시작돼 물 관리 및 잡초제거까지 순수 우렁이 농법으로 관리했다.
아이들은 다섯 달 동안 농사일지를 쓰며 농업지도사의 설명에 따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절반 정도는 벼 포기가 초라했고 10% 정도를 뺀 나머지 작황은 C등급 정도였지만, 마침내 떡 매를 치고 학생· 학부모· 교육기부자가 한자리에 모여 품평회와 축제로 나눔 문화를 베웠다. 이렇듯 전문경영, 예능, 기능, 재화와 용역 등 가시적인 성과를 높이고 있으나 사진 몇 컷만 남긴 채 실적이 전무한 일회성 MOU가 수두룩하다.
우리 주위엔 어느 한 분야의 전문인으로 내노라 할 달인도 많다. 전 삼보초 송문규 교장의 299회 헌혈이야 말로 초인간적 생명기부다. "300회를 채우려 했는데 연령에 따른 혈액의 질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며 아쉬워한다. 퇴직 후, 모양새가 다를 뿐 충북교육청의 다문화가정교육지원센터에서 결혼 이민자를 위한 한글지도 등 행복전도에 앞장서고 있다.
평생, 한학(漢學)을 하신 필자의 아버지는 문맹으로 부터 여러 사람을 해방시켰다. 밤이면 동네 사랑방 에서 천자문 교육을 재능기부 하셨다. 시루떡 불 조절 달인인 어머닌 부지깽이 하나들고 집집을 순회하며 정월 고사떡을 쪄 내셨다. 현실은 어떤가. 엊저녁 뉴스에서 어느CEO는 수갑을 차고"황당하다"며 횡성수설 했다. 재산의 사회 기부보다 자식에게 물려줄 편법을 동원한다. 전형적인 세습인 '역(逆)기부'의 아이러니다.
폭우에 청주 일대가 재앙 수준을 치닫던 때 하필 해외연수(?)를 떠났던 충북도의회 모 의원들, 이유야 어떻든 심경을 거칠게 표현하다 그만 뭇매로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다. 반면, 휴가는 고사하고 수해현장 곳곳을 종횡무진 달군 충북도와 교육청, 청주시 산하 공무원의 '섬김 행정'에 박수를 보낸다. 정부, 정치권, 군부대, 기관단체 등, 전폭적인 범국민 봉사와 기부로 예상보다 빨리 원형과 안정을 되찾고 있다. 특히, 대응 및 2차 피해 예방에 새카맣게 그을린 이승훈 시장은 "복구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로 미더운 약속을 했다. 시련 속 감동 리더십, 할 일은 너무도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