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상수원보호구역에 대한 가혹한 규제로 인해 해당 지역 주민들의 삶이 황폐화 되어 가고 있어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수질오염을 초래할 수 있는 농약 폐기물 오수분뇨 가축분뇨 등을 버릴 수 없고, 가축을 방목할 수도 없다. 또한 수영 목욕 세탁 뱃놀이는 물론 행락 야영 취사행위도 금지되며, 어패류를 잡거나 양식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깨끗한 먹는 물과 공업용수까지 책임지기 위해 상수원보호구역에 사는 주민들에게 너무나 엄청난 규제의 올가미를 씌워놓고 있는 셈이다.

특히 수도권 2000만 명의 식수원인 한강 유역의 규제는 악명 높다. 경기도 동남부권 양평 남양주 광주 여주 이천 등 8개 시군은 경기 서남부권에 비해 크게 낙후돼 있다. 시흥 안양 안산 평택 수원 화성 등은 경기 서남부 지역은 하루가 다르게 산업시설과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고, 택지와 공업단지 개발 등으로 지가가 치솟는 데 비해 이들 동남부 지역은 건너편 강원도나 충북도에 비해서도 이렇다할 산업시설이 없고 땅값도 싸다. 이 지역을 규제하는 법률만 수도권정비계획법 상수원보호법 수질환경보호법 등 무려 8개로 8중규제를 가하고 있다. 주민들은 지붕이 무너져도 서까래 하나 뜯어내지 못하고, 문짝 하나 맘대로 고칠 수 없다. 법조문에 나타나 있듯 생계를 위한 농·축산업까지도 퇴비 비료 농약 사용 가축사육 등 농민이 뜻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경작이 그러하니 음식점 영업 허가 받는건 하늘의 별따기다.

그래서 전국 어느 상수원보호구역이나 주민과 당국 간에는 늘 충돌위기가 잠복해 있다. 최근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에서는 규제로 인한 피해를 견디다 못한 주민들이 분노를 분출했다. 팔당에서 조안면 삼봉리, 양수리로 가는 길가 곳곳에는 관리 당국을 원망하는 플래카드들로 뒤덮여 있다. 며칠 전엔 귀향해서 음식점을 내서 생계를 이어가던 한 주민이 단속으로 인해 생업이 파탄나자 자살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운길산역 부근에 50여평 짜리 식당을 운영해온 황 모씨는 당국의 단속에 의해 형사처벌을 받고 벌금과 이행강제금 7000여 만원이 부과되자 고민해오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수년 전에는 수도권정비법 개정을 요구하는 경기동남부권 주민들이 여의도 국회로 몰려가 장기간 대형 집회를 벌인 적도 있다. 이제 주민과 당국간이 소모적인 대결과 주민의 희생은 더 이상 안 된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당국이 규제일변도로 나가는 것은 근시안적이고 행정편의주의적인 대응이다. 우선 상수원보호구역이라도 정화시설을 갖추고 규정된 기준을 만족시킬 수 있다면 주민 생계와 지역발전을 위한 영업·생산·주거시설의 건설을 허용해야 하며, 자격을 갖춘 주민에게는 영업허가도 내주는게 맞다. 도저히 지켜질 수 없고 지켜야 할 명분도 약한 비현실적인 기준을 설정해놓고 단속에만 열중하는 당국의 행태는 하루 빨리 바뀌어야 한다. 지역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 회복 차원에서 주민과 함께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