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속으로] '부추 마을' 옥천 자모리를 가다

▲ 지난 11일 충북 옥천군 군북면 자모리의 한 농민이 생육상태가 좋지 않은 부추 밭에 주저앉아 한숨을 쉬고 있다.

[옥천=충청일보 이능희기자] "부추 가격이 이렇게 '똥값'으로 떨어진 건 처음이에요. 빚 걱정에 한숨만 나옵니다."

충북 옥천군 군북면 자모리 부추 재배 농민들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부추가격이 생산비에도 못 미쳐 빚더미에 오를 지경이기 때문이다.

이 마을은 60여 농가가 21㏊의 밭에서 연간 700여t의 부추를 생산하는 부추 동네다. 토양에 석회질이 많고 햇볕이 잘 드는 분지로 밤낮 기온차가 크고 공해시설이 전혀 없는 청정지역이다. 주민 대부분이 부추 농사를 짓는다.

여기서 생산되는 부추는 최소한의 약제만을 투입한 친환경 고품질 농산물로 오래전부터 명성이 자자하다. 웰빙 바람을 타고 칼슘·무기질·비타민 등이 풍부한 보양 채소로 소문이 나면서 고소득 작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8월 이맘때면 부추가 종아리까지 자라야 하지만 노지에는 부추 잎이 노랗게 시들어 풀이 죽어 있는 모습이었다.

가뭄 때문에 올해 부추 작황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데다 최근 장마와 폭염으로 부추 품질이 떨어지고, 소비도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농가들의 신음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연일 30도를 웃도는 고온현상으로 노지에는 부추 잎 끝이 노랗게 시드는 현상이 나타나는 등 생육에 지장을 받아 생산량이 크게 감소했음에도 시세는 줄어든 물량의 영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영향으로 부추 가격이 폭락해 재배농가가 휘청거리고 있다.

부추 가격은 지난해 가격에 비해 반토막 났다. 부추 1단 평균가격은 1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000원에 비해 무려 50%나 떨어졌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생산비조차 건지지 못하고 공들여 키운 부추를 갈아엎는 농가도 생겨나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김모씨(63)는 "30년 넘게 부추를 재배하고 있지만 올해와 같이 가격이 폭락한 것은 처음이다"며 "수작업이 많아 인건비가 많이 들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이어 "품질이라도 좋게 나오면 좋을 텐데 폭염과 장마로 잎이 시들고 썩고 있다"며 "애써 키운 자식 같은 부추를 갈아엎는 마음을 농사를 지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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