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대책에도 미분양과의 전쟁
전국서 아파트값 낙폭 가장 커

[충청일보 송근섭기자]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가 강력한 규제를 담은 '8·2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이후 세종시를 비롯한 투기과열지구 아파트 가격이 보합세에 접어들었다.

반면 공급 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던 충북의 아파트 가격은 전국에서 가장 큰 하락폭을 보이면서 '미분양과의 전쟁'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13일 KB부동산의 '주간 주택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3% 상승했다. 정부의 8·2부동산 대책으로 전국 아파트 가격이 곧바로 하락하지는 않았지만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지역은 일부 규제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0.08% 상승하는데 그쳐 1주일 전(0.37%)보다 상승폭이 현저히 감소했다. 세종시도 지난달 31일 기준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0.58%에 달하는 등 매주 고공행진을 이어왔지만 정부의 규제 발표 이후에는 가격 변동이 없었다. 이는 8·2대책 발표로 매도자·매수자 모두 시장 상황을 지켜보자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KB부동산 측은 설명했다.

이 같은 시장의 흐름과 관계없이 충북지역 부동산 시장은 미분양의 늪에 빠져 '나홀로 불황'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일 기준 충북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4% 하락해 전국에서 하락폭이 가장 컸다. 전국에서 아파트 가격 하락률이 가장 높은 5개 지역에도 규제 대상 지역 대신 충북 청주지역 3개 구(區)가 이름을 올렸다.

청주 서원구가 0.25%로 전국에서 하락률이 가장 높았고 청주 상당구(-0.20%)가 두 번째, 청주 청원구(-0.16%)가 세 번째로 높았다.

KB부동산은 청주 서원구의 경우 세종시 인접 지역으로 세종시 생활기반시설이 갖춰지면서 수요가 빠져나가 거래가 한산해진 것으로 분석했다.

청주 상당구는 지역 내 대규모 신규아파트와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공급 영향으로, 청원구 역시 대규모 신규입주물량 영향으로 미분양이 늘면서 거래시장이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충북도내 미분양 아파트는 6월말 기준 7108가구로 한 달 만에 30.8%나 증가했고,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도 689가구에 달한다.

또 향후 입주 예정 아파트만 101개 단지 6만5769가구에 달할 것으로 전망돼 8·2대책 풍선효과보다 미분양 증가로 인한 연이은 집값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역의 한 부동산 전문가는 "8·2대책으로 충북지역의 실수요자까지 빨아들이던 '세종시 블랙홀' 효과는 다소 완화되겠지만 단기간에 미분양 해소와 집값 안정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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