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방학을 달갑잖게 생각하는 부모 비율이 높다. 이유가 뭘까? 자녀의 지체나 부진을 탓하거나 나무라기 쉽지만 스스로 문제를 짚어 해결하기에 인색하다. 아니, 방법을 몰라서 일수도 있다.방학 자체는 좋지만 본론이 싫은 까닭을 '부모님 맘대로 여서' 라고 응답한 통계가 예상을 훨씬 넘어섰다. 대화단절과 불협화음 역시 감정 조절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나타난다.

짧은 시간 내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엮는 지혜란 엄청난 무기다. 방학 생활 중, 부모역할은 공감해주고 사과하며 수정해주되 반드시 자녀 존중에 방점을 찍어야 바른 시작이다. 진짜 괜찮은 아이디어는 놀이에 빠졌을 때 상상·창의력으로 튼다. 부모먼저 콘텐츠를 채워야 아이들 삶의 노래가 들린다.

 교육이야말로 정답을 고르는 게 아니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학부모 스스로 점수의 착시(錯視)를 벗어날 의지에 달렸다. 부모부터 죽 끓듯 뜨거웠다 식으면 성장기의 중요한 자아 정체성을 잃는다. 평소, 부모가 일관성 없이 기분대로 방학을 주물렀다면 당연히 아이는 원칙을 바꾸거나 깨트리고 싶어 한다.

아무리 좋은 생각이라도 자녀가 따라주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다. 그러니 또래 문화는커녕, 혼놀(혼자 놀기)에서 발전할 수 없다. 성장기 최고 근육인 사회성을 불려야할 텐데 문제다. 방학이 내적 성장의 적기다. 경쟁의 사슬에서 풀어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옳다. 자기주도적인 생활을 아주 조금 익혔다면 대 성공이다.

시냇물 징검다리, 산새들의 날개 짓, 구슬치기 땅따먹기 등 자연과 함께하던 방학문화에서 컴퓨터 오락게임이나 밀폐된 공간으로 마구 아이들을 끌고 있다, 상혼(商魂)에 동심 먼저 찢긴다. 인성이 희미한 삶의 반추가 아리하다. 가끔은 결과에만 집작한 채, 긴 기간 동안의 과정이나 뿌리의 고마움 같은 건 생각 밖인 게 우리네 현실임을 숨기지 못한다.

담쟁이를 보았는가? 뜨거운 담장에 뿌리를 앉히면서도 끝내는 담을 넘고야 만다. '한방'으로의 대박은 백지나 다름없는 요행이요 타성이다. 얼핏보면 교육 콘텐츠가 풍부한 것 같지만 지극히 편협하다. 대부분 부모의 독소(毒素)인 꾀죄죄한 성공방정식 때문 아닌가? 현재의 자녀들이 살아갈 세상은 참으로 대단하다. 그러므로 뭐니뭐니해도 '어떻게 노느냐'처럼 최고의 콘텐츠는 없다. 부모의 형광 밝기를 낮추고 아이들이 맘껏 달릴 들길 하나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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