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살충제 계란 파문으로 시끄럽다. 친환경 인증 농장에서 살충제가 나오고, 난각 코드 관리또한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무려 38년 전에 친환경 농장으로 인증 받은 곳에서 사용이 금지된 농약 'DDT'가 검출되기도 했다.

DDT는 살충제 일종이다. 암을 유발시킬 수도 있는 맹독성 물질이다. 체내에서 절반으로 줄어드는데 걸리는 시간이 최대 24년이나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1979년 시판이 금지된 농약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기준치 이하 미량만 나왔다며 친환경 마크를 떼고 일반 계란으로 유통시킨다고 해 국민들을 더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15~17일까지 정부가 전국 전수조사를 통해 320종의 잔류농약 검사를 실시했는데 68곳이 친환경 농가 기준에 미달했다. DDT 외에도 원예용 농약인 클로르페나피르, 테트라코나졸 등이 추가 검출됐다. 친환경 무항생제 계란에서 검출된 농약은 3종이 추가돼 8종으로 늘었다. 무항생제 인증 산란계 농장에서도 비펜트린을 사용했다.

정부는 부처간 책임 전가에 급급하고 지자체와의 공조도 어려우니 살충제 계란사태는 더 커지기만 하고 있다. 계란 출처를 판별해주는 '난각 코드'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난각코드는 계란 유통업자가 생산지역과 생산자를 구분하게 표시하는 제도다. 생산지역, 생산자, 집하장번호 등을 계란껍데기에 표시해야 하는 번호다. 위반하면 경고에 이어 영업정지 처분까지 받는다. 지방자치단체는 계란 수집판매업자들을 대상으로 정기 점검을 한다.

그러나 전수조사 결과 난각코드 사후 관리가 엉터리로 진행됐다. 충남 아산 신청면 소재 농가의 난각코드는 당초 '11무연'으로 잘못 발표됐다가 '11덕연'으로 정정됐다.

정부는 지난 2010년 난각코드를 도입하면서 표시 의무를 수집판매업자에게 하도록 하고 생산·판매를 모두 하는 농장은 자체 찍을 수 있게 했다. 그러나 농가에 대한 직접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농축수산물 이력제와 같은 난각코드 관리나 친환경 인증제도 유명무실 등 식품안전관리에 총체적으로 부실했음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조류인플루엔자(AI)에 이어 이번 살충제 사태까지 농가들은 시름에 잠길 수밖에 없게 됐고, 계란을 식재료로 사용해 판매하는 소상공인들까지 모두 초죽음이 된 상태다. 식품안전관리의 중요성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정부는 총체적 부실로 드러난 이 같은 시스템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호한 대책을 반드시 세워야할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