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문재인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한반도에서 전쟁은 안 된다”고 언급했지만 이는 한쪽의 생각일 뿐이다. 북한은 21일 시작되는 연례 한·미 연합군사 훈련인 을지 프리덤 가디언(UGG)을 겨냥해 “(한·미가) 핵 전쟁  발발 국면에로 몰아가고 있다”고 위협하고 나섰다. 또 “미국을 언제든 공격할 수 있다”고 20일자 노동당 기관지를 통해 여전한 호전성을 드러냈다.

전쟁을 피해 가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상대방이 있는 것인데 한쪽만 전쟁을 안 하겠다고 다짐해봐야 해결될 일이 아니다. 평화만 외친다고 평화 애호가로 존경을 받게 되는 것도 아니다. 상대방이 대화도 싫고 지원도 싫다며 핵과 미사일로 금방이라도 쓸어버릴 기세로 협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꾸 평화니 대화니 제안하는 것은 자칫 국민의 정신무장을 해제시킬 우려가 있다. 혼자만 전쟁 안 하겠다는 말은 침략에 굴종하겠다는 걸로 오판할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쟁을 피하려면 철저하게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 전쟁준비를 하는 목적은 전쟁을 피하고 평화를 지키기 위한 것이다. 이것이 안보전략이고 유비무환이다.

현대 국가에서 전쟁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전 세계 국가의 방위비를 합친 것보다 많은 방위비를 쓴다는 세계 최강 군사대국인 미국도 이라크 아프간 시리아를 공격할 때 동맹국들의 참전을 촉구하고, 승인을 받은 후에야 시작했다. 미국이 단독으로 침공할 능력이 부적해서가 아니다. 그것이 외교이고 전략이다. 집단안보 체제가 탄탄한 나라가 강한 나라다. 작더라도 뒤에 큰 나라가 상호방위조약에 의해 동맹국으로 벼텨주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면 큰 나라도 감히 함부로 찝적거릴 수 없다.

큰 나라는 힘없는 작은 나라와는 동맹관계를 잘 맺지않는다. 보호해줄 의무가 생기는데, 거기엔 막대한 전쟁비용과 더불어 자국 젊은이들의 희생을 담보로 하기 때문이다. 한국이 미국과 상호방위조약(한미동맹)을 맺고 있다는 건 천만다행이다. 이승만 대통령이 6·25 전쟁에서 중공군에게 혼쭐이 나고 전쟁을 대충 마무리하고 돌아가려는 미국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만든 빛나는 업적이다.

그런데 요즘 미군 철수론이 미국 조야에서 급부상 하고 있다. 김정은이 핵미사일로 미국본토를 공격하겠다는 협박이 성공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동맹국과 자국 파병 병력을 보호하기 위해 보낸 사드(THAAD) 배치 하나도 신속히 수용하지 않는 한국의 태도가 빌미를 제공한 책임도 크다. 미군 철수는 종북좌파들이 주한 미국대사의 목을 커터 칼로 테러하고, 미국대사관을 둘러싸고 수시로 시위하며 집요하게 외쳐온 것이기도 하다. 한미동맹을 파기하고 철군하고 나면, 미국은 오히려 시원해 할 것이다. 반면 한국은 하루 아침에 약육강식이라는 냉혹한 국제질서가 지배하는 들판에 홀로 내던쳐지는 신세가 된다.

급속하게 성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사대국이 된 중국의 패권주의 앞에서 한국이 온전히 국격을 유지할 수 있을까? 또 독도를 노리는 일본을 방어해 낼 수 있을까? 툭하면 미사일과 장사정포로 남한을 불바다로 만들어버리겠다는 북한은 미군이 나가면 예전처럼 말로만 위협하는데 그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은 뭘로 이런 것들을 감당해낼 것인가? 지도자의 현명한 판단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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