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척 · 6현 · 16괘로 이루어진 현악기

▲ 거문고.
거문고는 5세기 이전에 고구려에서 만들어진 현악기로 그 기원에 대해, '삼국사기'에는 진나라 사람들이 칠현금을 고구려에 보내왔으나 재상인 왕산악(王山岳)이 그 본 모양을 그대로 둔 채 크게 그 제도를 바꾸어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리고 거문고의 명칭에 대해서는 검은 학이 날아와 춤을 추어서 이름을 현학금(玄鶴琴)이라 하였고, 뒤에 현금이라 하였다. 유적 자료로는 고구려의 고분벽화에 거문고와 유사한 악기가 묘사되어 있는데, 집안현(輯安縣) 통구(通溝)의 무용총(舞踊塚)과 17호분에 거문고의 원형으로 보이는 현악기가 그려져 있으며, 안악 3호분에서는 거문고의 원형으로 보이는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고려시대 이후 거문고는 대표적인 향악기(鄕樂器)의 하나로, 궁중의 합주와 선비들의 교양음악으로 전승되었으며, 조선시대에는 궁중의 향악 연주에 편성되었고 선비들의 교양필수로 정착되어서 풍류문화를 주도하였다.

거문고의 구조를 보면, 먼저 공명통은 아쟁과 같이 상자식으로 만들며, 전체 길이가 5척 이상은 돼야 한다. 현은 모두 6줄로 셋째 줄인 대현이 가장 굵고, 첫째 줄 문현, 여섯째 줄 무현, 넷째 줄 괘상청, 다섯째 줄 괘하청, 둘째 줄 유현의 순으로 가늘어진다. 괘는 16개로, 첫째 괘에서 16째 괘로 가면서 점차 작고 얇아진다. 대모(玳瑁)는 술대를 사용할 때 나는 잡음을 방지하기 위하여 가죽을 앞면에 댄다. 귀루(鬼淚)는 첫째 괘의 줄 닿는 면에 붙이며, 농현(弄絃)할 때 줄의 흔들림으로 인한 잡음을 방지한다. 학슬(鶴膝)은 현재 6줄에 모두 두지만, 예전에는 괘 위에 올려져 있는 유현·대현·괘상청 세 줄에만 있었다. 운족(雲足)은 공명판이 바닥에 닿지 않게 하기 위해 나무쪽을 댄다.

거문고의 앞면과 뒷면은 각기 다른 재료로 만든다. 앞면은 오동나무를 쓰고 뒷면은 밤나무와 같은 단단한 나무를 쓴다. 장식인 좌단·담괘·진괘·안족·운족·봉미 등도 단단한 나무를 쓴다. 괘의 재료는 회양목이나 종목(棕木) 등 단단한 나무를 사용한다. 학슬은 청형(靑荊)을 쓰며, 염미(染尾)는 각색 진사(眞絲)나 푸른 물을 들인 목면사(木綿絲)를 꼬아서 만든다. 대모는 소가죽을 사용하는데 누런색이나 흰색의 부드럽고 두꺼운 것을 으뜸으로 치며, 줄은 가는 명주실을 꼬아서 쓴다. 또한 귀루는 홍록색의 진사를 사용하고 술대는 단단하고 가는 해죽(海竹)이나 산죽(山竹) 등 굵기가 적당한 대나무를 깎아 만든다.

거문고의 연주법은 '탄법(彈法)'이라고도 하는데, 왼손으로 괘를 짚어 음정을 잡고, 오른손 식지(食指)와 장지(長指) 사이에는 술대를 끼우고 줄을 내려치거나 올려 뜯어 소리를 내게 된다. 연주자는 오른발이 왼쪽다리 밑으로 들어가게 책상다리를 하고 앉은 뒤 대모 끝의 둥글게 파인 부분을 오른쪽 무릎 위에 올려놓고 왼쪽 무릎으로 거문고의 뒷면을 받쳐 비스듬히 세운 자세를 취하게 되는데, 허리를 곧게 펴고 시선은 왼손을 응시하는 것이 일반적인 연주자세이다.

▲ 윤용현 국립중앙과학관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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