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석 용이하고 시간제약 덜해
일각선 "제도 악용한 편법"
학교측 "진학 제한 어렵다"

[충청일보 오태경기자] 올해부터 학생선수들의 최저학력제가 전면 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학교수업을 듣지 않기 위해 다니던 학교를 자퇴하고 방송통신고등학교로 편입학 하는 학생선수들이 생기는 등 학생 엘리트체육계에 부작용이 일고 있다.
 
방통고 등에서는 자격요건만 맞으면 편입학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지만 일선 학교나 해당 종목 관계자 사이에선 제도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충북지역 한 고등학교 골프 선수들이 다니던 학교를 자퇴하고 충북의 한 방통고로 편입학 했다.
 
이 학교에는 충북 뿐만 아니라 경기도지역의 같은 종목 학생 선수들도 편입학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다니던 학교를 자퇴하고 방통고로 편입학 한 것은 올해부터 실시된 최저학력제 등의 이유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학교 정규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운동만 하던 선수들이 학교 수업을 모두 참여한 뒤 운동을 해야 하면서 그만큼 운동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어 이에 대한 대안을 찾았다는 것이다.

방통고의 경우 한 달에 2번만 학교에 출석해 수업을 받으면 된다.

나머지는 인터넷 등을 통해 학습하기 때문에 직접 출석해 정규수업을 받아야 하는 일반고에 비해 운동할 수 있는 시간을 월등히 많이 확보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최저학력제의 전면 실시와 함께 이같은 현상이 생긴 것인데 이런 현상은 충북 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라는 것이 학교 관계자의 설명이다.

문제는 이들의 이같은 선택이 방통고 설립 취지에 맞는가 하는 것이다.

방통고는 일반 고등학교와 달리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미진학 청소년과 교육기회를 상실했던 성인들을 대상으로 방송통신교육방식과 자학자습방식에 의해 정규 고등학교과정에 준하는 교육을 실시하는 기관이다.

부득이하게 학업의 기회를 놓친 청소년 등에게 학업을 마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기 위해 설립된 기관인 것이다.

그러다보니 학교수업을 받지 않고 운동을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방통고로 간 것은 제도를 악용한 편법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일선학교 교사는 "정유라사태 이후 운동선수들에게 학교수업에 참여하도록 했는데 이에 일부 선수들이 자퇴하고 학교를 거의 나가지 않아도 되는 방통고로 편입했다"며 "방통고가 경제적 문제 등으로 어쩔 수 없이 학업을 마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생겨난 것인데 운동선수들이 운동하기 위해 다닌다는 것은 취지에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충북교육청 관계자도 "이같은 현상은 방통고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 현상인 것 같다"며 "방통고 차원에서 이런 부분에 대해 신중히 검토해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해당 방통고는 편입학하려는 의도와 상관없이 자격요건만 맞으면 편입학을 받아주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운동을 하기 위해서라 하더라도 학교를 중퇴하고 다른 결격 사유가 없는 학생이 진학하는 것을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충북의 한 방통고 관계자는 "설립 취지 외에도 최근에 기존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해 방통고로 편입학 하는 학생들도 많다"며 "방통고에 다니는 다른 학생들도 평소에는 자기 생업에 나가기도 하는데 운동이라고 해서 하지 못하게 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학교를 자퇴한 학생들이 방통고로 편입학하려는 것에 대해 현재로선 받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다만 앞으로 이런 경우에 대해서는 해당 학생이 기존 학교에서 다닐 수 있도록 설득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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