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북한이 28일 새벽 5시 57분에 일본열도를 넘어가는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또 발사했다. 이 미사일은 최고 고도 550km로 2700km를 날아가 일본 홋카이도 동쪽 1180㎞ 서태평양상에 떨어졌다. 지난 26일 강원도 깃대봉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한지 사흘만이다. 국제사회가 아무리 북한을 타이르고, 제재를 가해도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또 다시 확인한 셈이다. 북한에게 매번 외면 당하면서도 대화하자고 구애를 펼쳐온 정부가 안쓰러울 정도다.

문제는 이날도 한국 정부의 대응은 미국이나 일본의 반응에 비하면 여유만만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날 7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해 대응방안을 논의했지만, 회의의 격은 대통령이 주재하는  NSC전체회의가 아니라 안보실장이 주재한 NSC상임위로 한 단계 낮은 차원이어서 긴박감이 훨씬 떨어졌다. 회의 결과물도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해 강화된 경계태세를 유지하도록 한다”는 평이한 것이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오전 안보실장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고 “강력한 대북 응징 능력을 과시하라”고 지시함에 따라 공군 전투기 F15K  4대가 MK84 폭탄 8발을 태백 필승 사격장에 투하하는 훈련을 실시한 것은 그간의 온건한 대응과는 다른 모습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몇 시간 후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 부위원장에 대한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는 “오늘도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있었지만 그럴수록 반드시 남북관계의 대전환을 이뤄야 하고, 민주평통에서 그러한 역할을 잘 담당해 달라”고 언급, 대북 제재와 응징보다 대화 추진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강조했다. 온탕냉탕을 오가듯 오전과 오후의 반응이 크게 상충되는 양상이다.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북 미사일 발사 직후 약 40분간 긴급 통화를 하고 “지금은 북한과 대화할 때가 아니다”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대북 압박을 강화하기로 한 것과도 뉴앙스가 전혀 다르다. 우리나라가 미·일과 공조를 제대로 해나가고 있는지에 대해 우려를 던져주기에 충분했다.

더구나 문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나 아베와 통화하지 않았다. 안보실장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외교장관이 미 국무장관과 각각 15분간씩, 양국 합참의장이 통화한 것이 전부였다. 문 대통령은 29일 오전 9시 30분에야 아베 총리와 통화해 양국간 공조를 확인했다고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으나 이미 전날보다는 긴장감이 풀린 상태여서 강력한 공조체제를 과시하기엔 효과가 미흡했다.

정부는 상황 인식을 더욱 엄중하게 하고, 동맹국 간 공조를 긴밀히 유지하는데 성의를 다해야 한다. 아울러 대내적으로는 국민들에게 북 핵·미사일 피격을 가정한 최소한의 대피훈련이라도 실시하는 등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일본은 발사 5분만에 미사일이 통과하는 지역 주민들을 신속히 대피시켰는데, 정작 우리 국민들은 대피소가 어딘지 조차도 모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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