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문재인 대통령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리는 제3차 동방경제 포럼에 참석차 6~7일 1박 2일간의 일정으로 러시아 순방을 다녀왔다.
문 대통령은 방러 첫날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취임 후 첫 한·러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러시아의 극동 개발에 최적의 파트너라고 생각한다”며 “러시아와 한국이 잘 협력한다면 극동지역은 연내 번영과 평화를 이끌 수 있는 전초기지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양국 정상은 북핵문제에 대해서 모두발언과 본 회담, 공동기자회견 등을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해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것”이라고 강력히 규탄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우리가 만족할 만한 강한 제제 의지를 보여주지는 않았다. 오히려 중국과 마찬가지로 “대화를 통한 해결”을 되풀이 해 적지 않은 실망을 안겨줬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충격적인 ‘수폭 핵실험’ 도발 직후인 지난 4일 문 대통령과의 긴급 전화통화에서도 “북한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은 국제 비확산 체제를 파괴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실질적 위협이 되고 있다”고 규정하면서도 제재에는 명확한 언급을 피했다. 푸틴은 “한반도의 핵 문제는 오로지 외교적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며 “6일부터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에서 추가적으로 논의하자” 고 미룬 바 있다.
그러나 푸틴은 막상 문 대통령을 자국 행사에 초청해 대면한 상황에서도 입장에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한국으로서는 한껏 긴장된 상태에서 북핵문제 해결에 4대 강국을 비롯한 국제사회 주요 강대국들에게 적극적으로 제재에 나서 줄 것을 간청하는 외교적 노력을 펴고 있지만, 핵심 키를 쥐고 있는 상대방은 대화니 외교 노력이니를 내세우며 딴청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특히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북한이 고도화된 핵과 미사일을 보유하는데 시간과 비용을 줄이도록 음으로 양으로 도와온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북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제제참여 요청에 이들이 계속 ‘대화 타령’을 늘어놓는 건 부도덕하고 후안무치한 태도다. 이러한 주장을 바꾸지 않는 것은 북한을 압박하는데 협조를 할 의사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
우리 정부가 러시아와 중국에 큰 기대를 거는 이유는 이 두 나라가 북한 압박에 실질적으로 가장 큰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연간 대략 100만톤 이상이나 되는 북한의 원유 수입의 거의 전부를 두 나라에서 들여오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UN에서 수많은 대북 제재 결의안이 만들어졌어도 결국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막지 못한 이유도 북한과 국정을 접하고 있는 두 나라가 제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장 북한 정권의 교체나 북한 체제의 붕괴에 나서달라는 것도 아니고, 개발 중단과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는데 필수적인 제재에 동참해달라는 요구마저 이핑계 저핑계로 거부한다면 정부는 새로운 전략을 짜야 한다. 러시아와 중국은 우리 국민이 북한의 핵폭탄에 맞아 죽든지 공포에눌려 살던지 관심이 없다. 북한을 핵무장시켜 한반도의 통일을 방해하는 것이 자국에 더 이익이라는 생각만 하고 있는 두 나라에게 더 이상 협조를 구걸하거나 북한에 대화를 하자고 매달리는 것은 시간낭비다.
그럴 시간에 동맹국의 신뢰를 얻고, 뜻과 행동을 같이 함으로써 북한을 유효하게 제압할 힘을 확보하는 것 만이 우리 국민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정권 핵심 관계자들은 확실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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