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혜영 서원대 교수

[황혜영 서원대 교수] 스테인드글라스는 로마네스크 양식의 교회건축에서 창안되었지만 첨두아치와 버트라스가 건축에 도입되면서 높은 천정과 큰 창을 낼 수 있게 된 고딕 양식에서 더욱 발전하고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고딕 양식의 대표적인 건축인 파리 노트르담 사원에 들어가면 햇빛의 조명 아래 다채로운 색상으로 화려한 자태를 드러내는 엄청나게 크고 웅장한 스테인드글라스들이 높은 벽면을 채우고 있다.

 그 중에서도 남쪽, 서쪽, 북쪽 높은 벽면에 있는 장미창이라고 불리는 거대한 원형 스테인드글라스는 유리조각으로 빚어낸 빛의 예술의 걸작이다. 흡사 루브르에서 이어지는 샹젤리제대로가 끝나는 곳의 에투알 광장 개선문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도로가 뻗어나가는 것처럼 원 중심에서 사방 열두 갈래로 창살이 뻗어나가는 장미창 모양은 다양성과 통일성이 공존하는 프랑스 사회의 특징을 떠올리게 한다. 프랑스 사람들은 유독 유행을 따르거나 다른 사람들과 같은 것을 싫어하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드는 것에 자부심을 가진다. 프랑스 사회는 모든 인종, 모든 문화가 섞여 사는 모자이크 사회이다. 장미창의 유리 모자이크에서는 이질적인 문화와 인종이 모여 하나의 화합을 이루고자(혹은 이루어야) 하는 프랑스 모자이크 사회의 모습이 느껴진다.

 지혜와 성모마리아를 상징하는 장미의 형태로 중세 교회건축 창을 장식한 장미창 스테인드글라스는 무엇보다 프랑스 가톨릭 전통의 종교성을 상기시킨다. 게다가 햇빛이 비칠 때와 그렇지 않을 때에 따라 아름다움이 드러나기도 하고 감추어지기도 하는 스테인드글라스는 신성으로 인해 밝혀지는 영적 어둠이라는 종교적 가치의 알레고리를 전달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 자체로는 보이지 않는 영적인 아름다움을 지극히 가시적인 장미 형태 채색유리 창의 아름다움으로, 영적인 빛을 자연의 빛으로, 종교를 예술로 전이하는 것 자체가 비종교성일 수 있다.

 장미창이 있는 파리의 노트르담은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대표작 제목이기도 하며, 에펠탑이나 루브르처럼 파리 혹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꼽아도 손색이 없다. 노트르담이 있는 센 강의 시테 섬은 파리 문명의 발상지로 파리라는 명칭도 기원전 3세기 '파리지'라는 골족이 그곳에 살았던 것에서 유래하였다. 파리로부터 거리를 재는 기준점(zero point)도 노트르담 사원 광장 바닥에 둥근 맨홀 뚜껑처럼 표시되어 있다. 만일 나보고 프랑스적 가치를 아우르는 하나의 이미지를 고르라면 파리 노트르담 사원의 장미창 스테인드글라스를 추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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