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국 세광중 교사·문학평론가

[김재국 세광중 교사·문학평론가] 한때 아이를 명문대에 보내려면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는 말이 회자하였다. 할아버지의 경제력과 엄마의 정보력 그리고 아빠의 무관심이다. 실소를 금치 못할 이 말은 우리나라 사교육의 현주소를 말하고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엄마의 정보력은 돼지 엄마로부터 비롯하는 경우가 많다.

 '돼지 엄마'라는 용어는 국립국어원에서 운영하는 '우리말샘'에 등재할 만큼 우리 사회에 널리 알려졌다. 돼지 엄마는 "교육열이 매우 높고 사교육에 대한 정보에 정통하여 다른 엄마들을 이끄는 엄마를 이르는 말. 주로 학원가에서 어미 돼지가 새끼를 데리고 다니듯이 다른 엄마들을 몰고 다닌다고 하여 이렇게 부른다."라고 정의하였다.

 그렇다고 누구나 돼지 엄마가 될 수는 없다. 돼지 엄마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자녀의 성적이 학급이나 전교 1등을 유지하고 소위 말하는 SKY(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대학에 합격할 수 있어야 한다. 돼지 엄마는 우리나라 사교육 1번지라 할 수 있는 대치동 학원가의 유명 강사의 프로필과 학원 정보를 꿰고 있다. 그러다보니 학원 강사의 몸값이나 학원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역할을 한다.

 이제 우리는 돼지 엄마와의 결별을 선언할 때가 되었다. 그것은 대입수학능력시험이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돼지엄마는 수능시대에 고득점을 목표로 하였다면 학종시대는 학생부에 기록하는 소재와 내용을 발굴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이를테면 내신 성적관리는 물론이고 자기소개서나 독서 활동 및 동아리 활동이나 면접 등 진로와 개성에 맞는 맞춤형 입시 전략이 필요하다. 학생 개개인의 성향과 적성에 따라 진로를 선택하고 진로에 따라 쌓아야 할 스펙도 달라져야 한다.

 학종의 토대인 학생부는 초중고등학교 학생의 학교생활과 발달상황을 기록하여 최소한 50년간 보존하는 문서이다. 여기에는 담임교사나 관련 교사가 학생이 학교에서 수행한 교과 활동과 비교과 활동 이력을 기록한다. 이 기록은 대학입시나 취업에서 개인의 학습능력이나 성품 및 자질과 잠재적 능력, 가치관 등을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 이처럼 학생부는 내신 성적뿐만 아니라 다양한 학교활동과 참여한 프로그램으로 학생의 잠재적 가능성을 기록한다. 학생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학과를 선택하였다면 학생부에도 관련 학과와 연관된 학업적 소양이나 인성 및 가치관이 기록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

 대치동 돼지 엄마의 퇴출은 대학입학시험이 수능시대에서 학종시대로 바뀌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돼지 엄마는 수능 성적이 만들어낸 비정상적 사교육을 상징한다면 학종은 '학생부로 대학 간다.'라는 선언으로 공교육이 정상적 궤도로 진입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종시대를 맞이하여 교육공동체는 학생부에 모든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벌써 '생기부스터'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이 말은 "학교생활기록부와 부스터(추진 로켓)의 합성어로, 입시에 유리한 활동이라면 로켓처럼 달려들어 신청한다."라는 뜻이다. 돼지 엄마가 사라지고 있는 자리에 어떤 존재가 자리매김할지 궁금해진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