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광섭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콘텐츠진흥팀장

[변광섭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콘텐츠진흥팀장] 피아노 건반은 모두 88개다. 88개의 건반에 똑 같은 소리가 난다면 어떻게 될까. 악기가 아니라 무용지물(無用之物)이 될 것이고 지금의 위대한 피아니스트와 예술은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서로 다른 소리, 서로 다른 생각, 서로 다른 환경 등이 모여 공동체가 만들어지고 문화를 빚으며 예술을 찬미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다른 것만큼 좋은 것도 없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아름답고, 서로 다르기 때문에 다채로우며, 서로 다르기 때문에 사랑할 수 있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언제나 새롭고 설렘이 있으며, 긴장과 호기심도 확장된다. 여행길에서 만나는 꽃과 나무와 빛나는 호수를 통해 삶의 찌꺼기를 토해내며 삶의 활력소를 얻는 것도 생성과 소멸이 끝없이 반복되며 변화하는 생명의 다양성 때문이다. 전시와 공연과 축제의 현장에서 나도 모르게 가슴이 뛰고 벅찬 감동이 밀려오는 것 역시 각기 다른 예술가들의 땀과 열정을 호흡하기 때문이다.

‘우분트’는 남아프리카 반투어의 말인데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다’라는 뜻이다. 너와 내가 연결되어 있고, 우리가 함께 하기에 내가 존재하며,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고 배려하며 공동체를 위하는 마음으로 행동하자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좋은 일을 하면 그 향기가 천리를 가고 만리를 가는 것처럼, 그 삶의 가치가 세상을 아름답게 물들이는 것처럼 이 세상은 서로 다르지만 하나처럼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청주시와 월드컬처오픈(WCO)이 준비했다. 불 꺼진 담배공장에서 문화의 불을 켜며,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는 3일간의 여정을 통해 다름의 가치를 엿보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한 글로벌 프로젝트, 이름하며 2017세계문화대회다.

지구촌 50개국의 컬처디자이너 500여 명이 모여 문화의 꽃을 피우고 평화와 공감의 열린 목소리를 내는 세계문화대회는 10일부터 3일간 옛 청주연초제조창에서 열린다. 전 세계 곳곳에서 자신만의 재능과 방법으로 더불어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실천하고 있는 문화예술인, 공익활동가 등이 모여 지구촌 문제에 대해 열린 목소리를 내고 서로 감동과 영감을 주며 함께 성장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특히 평화적 통일을 염원하는 지구촌 유일의 분단국가 한반도,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 직지를 창조한 청주시, 근대산업의 요람이었지만 오랫동안 방치되었던 청주연초제조창에서 개최하는 것은 창조도시, 교육도시, 생명문화도시라는 지리적·공간적 특성을 세계에 알리고 미래지향적인 가치를 만들기 위해서다. 오프닝 세레머니, C!Talk 글로벌 콘서트, 오픈보이스, Better Together 나이트, 컬처디자이너 페어&스쿨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글로벌 리더들의 목소리도 주목하면 좋겠다. 과학적 영성을 통합적으로 사유하는 우주학자·미래학자 쥬드 커리반, ‘아이 러브 파리’, ‘아이 러브 시티’ 영화시리즈 제작자 엠마뉴엘 반비히, 평화수호자들의 글로벌네트워크 월드피스이니셔티브 창설자 핑핑 워라카테, 르완다 대학살의 아픔을 예술로 치유하는 뮤지션 장 폴 샴푸투가 무대에 선다. 또 로봇계의 다빈치 데니스 홍, 베스트셀러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 세계적인 공공미술 디렉터 데브라 시몬, 예멘 최초의 여성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겸 인권운동가 카디자 엘살라미가 함께한다.

엘시스테마 창시자 호세안토니오는 “인간에 있어 가장 성스러운 권리는 예술의 권리”라고 말했다. 크리에이터 이어령은 “AI를 전쟁에 사용하면 재앙이 될 것이고 예술에 사용하면 삶이 행복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상 사람들이 문화로 희망하고 예술로 그 꿈을 펼치기 위해 마음의 문을 열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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