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그말리온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조각가이다. 총각 조각가 피그말리온은 여인상을 조각해 놓고 그 아름다움에 반해 사랑에 빠졌다. 그러면서 그 조각상이 사람이었으면 하고 간절히 기도했다. 그 간절함은여신 아프로디테를 감동하게 했고, 그 여인상에게 생명을 주어 결국 피그말리온은 사랑의 결실을 맺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이처럼 타인의 기대나 관심으로 인하여 능률이 오르거나 결과가 좋아지는 현상을 피그말리온 효과 라고 한다.

이 효과는 실제 미국의 오크학교 실험을 통해 입증되었다. 지능 검사 실시 후 지능의 높고 낮음을 배려하지 않고 무작위로 두 반을 뽑았다. 물론 두 반 학생의 지능은 거의 비슷했다. a반의 교사에게는 지적 능력이나 학업성취 가능성이 높은 아이들이라고 믿게 하였고, b반의 교사에게는 그렇지 않은 학생들만 모여 있는 반이라고 하였다. 8개월 후 지능검사를 다시 실시한 결과 a반의 학생들이 b반보다 평균점수가 월등히 높게 나왔다.

해마다 3월 이면 새로운 학생들과 만난다. 20년째 그 일을 반복해 오면서 피그말리온 효과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다. 학생에 대한 전 담임의 배경지식이나 생활기록부는 피그말리온 효과를 톡톡히 보게 된다. 실제로 잘 할 것이라고 믿어 주는 학생은 1년 내내 모든 일을 잘 하고, 그렇지 않는 학생은매일 속을 상하게 한다. 그래서 새 담임 교사에게 학생들 개인에 대한 부정적인 말은 안 하기로 결심했다.

10여년쯤 지난 일이다. 그 여자 아이는 내게 별로 주목 받지 못하던 아이였다. 4학년 아이었는데 공부는 중간 정도 였는데 발표 할 때도 작은 소리, 뭘 물어 봐도 우물우물, 늘 어두운 표정에 무엇 하나 똑 뿌러지게 잘 하지 않은 아이였다. 그런데 다음 학년으로 올라 간지 석 달쯤 되었을 때 그 아일 복도에서 마주 쳤는데 표정부터 몰라 보게 달라져 있었다. 마침 담임 교사가 동기라서 자세히 물어봤더니 공부도 제일 잘 하고, 발표도 잘 하고, 글짓기에 그림에 못하는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새 담임은 그 아이에 대한 잠재력을 일찌감치 발견해 무수한 기대와 관심을 보였고,그 아이는 그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무한한 노력을 했던 것이다. 그 해 각종 대회에서 그 아이의 이름을 발견하며 교사의 기대와 관심이 학생에게 미치는 영향이 정말 대단함을 실감했다. 자신을 믿어 주고 사랑해 준다는 확신은 사람을 긍정적으로 변하게 하는 데 충분하다.

내게는 공부를 지독히 싫어하는 자식이 있다. 학력만이 신분 상승의 유일한 도구라고 믿는 내게 그 녀석은 말할 수 없는 골치 거리이고 풀리지 않는 숙제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 번도 부정적인 말은 하지 않았다. 그 말을 하는 순간 녀석이 정말 그렇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어려서부터 녀석의 동생에게는 늘 기대하고 믿음을 주어서 인지 매사에 노력하고 밝은 모습을 보인다. 자기를 믿어 주고 기대해 주는 사람이 없으면 세상을 살기가 얼마나 팍팍하고 힘들 것인가? 속은 타서 없어졌지만 지금도 가능성을 열어주는 말을 그 녀석에게 하곤 한다. 넌 할 수 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등등……. 그런 날이면 녀석도 미안해하며 앞으론 열심히 할 거라고 한다. 매일 속으면서도 매일 매일 믿어 준다.

세상의 선생님과 부모님들이여! 피그말리온 효과를 믿어 보자.나무 조각이 실제 사람이 되기 위해 필요했던 간절한 사랑과 믿음을 당신의 제자와 자녀들에게 쏟아 붓자. 긍정적 기대를 갖고 믿어 주는 사람을 위해 그들은 노력하는 모습을 분명히 보일 것이다.

▲ 양준목
괴산 목도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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