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혁 전 청주시농기센터소장

[윤명혁 전 청주시농기센터소장] 7080세대들의 추억이 담겨있는 롤러스케이트장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과거 80년대 중반 각종 영화의 단골소재로 등장하면서 당시 젊은 층에게 최고의 인기오락이고 대표적인 놀이터였던 롤러스케이트장이 다시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7080세대 음악을 틀어 놓고 희미한 조명아래 가족과 함께 롤러를 즐기는 시민들은 아마도 과거 학창시절로 돌아가 행복한 추억의 바다에 텀벙 빠져서 힘들고 어려운 현세를 잊는 시간이 될 것이다. 네발 롤러에 익숙한 엄마 아빠는 자꾸 넘어지는 자녀들을 일으켜 세워주면서 노하우를 전수하다보니 그야말로 오랜만에 가족 간에 하나가 되는 작은 이벤트가 되고 있는 것이다.

 유행은 돌고 있는 듯하다. 몇 해 전 갑자기 TV에 나타난 70년대 통기타 가수들인 세시봉이 오락프로를 장악하면서 많은 국민들에게 옛 추억을 더듬는 복고열풍을 몰고 온 적이 있었다. 통기타 학원에는 나이를 불문하고 입문 생들이 넘쳐났고, 인기 연예인들의 헤어스타일이 마릴린 먼로의 헤어스타일을 연상하는 복고스타일로 유행을 하더니 청바지가 중 장년 층은 물론 젊은 층까지 즐겨 입는 만인의 의상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이런 사회적 현상의 원인은 디지털이라는 차갑고 딱딱하면서도 일률적인 문화에 식상한 사람들이 복고라는 좀 불편하고 느리긴 하지만 부드러움에 더 끌리면서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일 것이다. 특히 어렵게 학창시절을 보내고 IMF라는 큰 경제위기까지 경험하면서 그야말로 치열하게 인생을 살아온 현사회의 주역들인 중장년층의 국민들은 이제 옛 삶을 회상하고 추억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복잡하고 정신없이 돌아가는 현 사회에서의 탈출구를 구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복고문화가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엘피판을 틀어대는 카페가 늘어나고 "응답하라 1997" 드라마를 필두로 복고풍의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으며 영화, 술, 음식점, 포장마차와 필름 카메라의 출현 등 이젠 복고는 문화가 아닌 하나의 콘텐츠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마케팅 측면에서도 소비자들의 향수와 추억을 자극하면서 복고라면 왠지 고리타분한 느낌이 많았던 예전과는 달리 추억이라는 몸에 감정이라는 옷을 입힌 다양한 콘텐츠가 소비자 마케팅 분야에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불어 닥친 복고바람은 단순히 유행으로 치부하기보다는 무미한 디지털 문명으로 부터의 탈출구로 작용하면서 콘텐츠로 거듭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농업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일상에 지친 도시 소비자들은 휴일이나 여가를 이용해 농산어촌 지역의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을 찾아 휴양을 하고 싶은 욕구로 충만해 질 것이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복고 콘텐츠를 이용한 농업경영 마케팅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고명한 진리일 것이다.

 우리 민족이 즐기던 문화, 민속, 예술, 음식, 놀이, 의상 등 다양한 복고를 불러올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소비자들을 농장으로 유인하는 경영 전략이 유효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팜 스테이, 팜 파티, 팜 투어 등의 농장 이벤트 프로그램들과 접목해야 하며 이때는 농장 조성부터 실내 장식 등 기반 또한 복고를 느낄 수 있는 것들로 장식하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마치 유행의 돌아감의 이치에서가 아닌 새로운 콘텐츠로 자리잡아가는 복고문화는 분명 우리 농업에 새로운 기회를 줄 것이기에 가뜩이나 저 출산 고령화 사회로 인한 1인세대의 증가로 외롭게만 살아가는 1인가구의 위안 산업으로 농업이 재부상할 새로운 기회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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