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순 복대초 교장·시인

[박종순 복대초 교장·시인] 예상은 했지만 갑자기 한반도가 흔들린 격동의 11월을 보내면서 아인슈타인이 갈파한 이 명언을 되뇌이게 된다. '인생은 두 가지 길 뿐이다. 하나는 아무것도 기적이 아닌 것처럼 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것이 기적이라고 생각하는 삶이다.'

 2017학년도를 돌아보건대 하루하루 기적이 아닌 날은 없을 것이다. 그 중 하나를 꼽으라면 지난 5월 초록메아리 합창단을 창단 바쁜 중에도 시간을 내어 전 교직원이 노래를 불러온 것이다. 맨 처음엔 담임교사를 중심으로 합창연습을 하여 학교설명회나 학습발표회 때 아이들과 학부모들을 조금이라도 기쁘게 해주기 위함이었다.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들이 행복하다는 소신 하에 한 주는 스포츠 한주는 모여서 합창을 하는 것인데 교직원들이 동요를 부를 때는 마치 소년소녀가 되어 아름답게 순수의 시간을 지나왔고 또 지휘를 자처한 나도 힘은 들지만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러다 그만 둘 수도 있으련만 다행인지 도교육청에서 감성소리숲 운영이라 하여 초중학교의 합창단을 지원한다는 공문이 전달되었다. 11월 7일 학생교육문화원에서 공연의 기회도 열어주겠다는 공문이 또 시달되었다. 담당자와 검토 끝에 출연 신청을 결정해 버렸다. 교내 행사에 도움을 주는데서 그치지 않고 외부 큰 무대에 서 보는 기회는 흔치 않기에 만일 공연까지 할 수 있다면 그건 기적이다. 기적 속에는 어려운 산을 몇 번 넘어야 하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었지만 막상 선생님들이 중도하차하는 경우가 있어 문제였다. 부끄러워 도저히 합창을 할 수 없다는 선생님 외에 처음에 함께했던 교사들도 이곳 저곳이 아프다는 핑계(?)를 대며 불참을 호소해왔기 때문이다.

 합창은 멤버가 어느 정도 되어야 분위기와 품격이 나타나고 학생문화원은 무대가 워낙 대형이어서 고민이 깊어졌다. 소리보다 입이라도 크게 벌려 빈자리를 채울 요량으로 담임교사 아닌 교직원들로 대타를 기용하고 전문 성악가 두 사람과 반주자를 긴급 투입하기에 이르렀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1학년이 주축이 된 꼬마 단원 17명이 씩씩하면서도 천진하게 노래를 불러 큰 힘이 되어준 것이다.

 드디어 11월 7일 공연의 날! 도내 초중학교에서 모두 18팀이 출연신청을 했는데 우리학교는 12번째 공연이다. 대부분 단원이 첫무대이니 긴장을 넘어 걱정스런 표정이다. '경연대회가 아니니 대강 부르고 참여하는데 의의가 있다'고 주문했지만 나도 내심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관객들의 큰 호응과 박수를 받았고 스스로 평가해도 아마추어 합창단으로 즐겁게 한판 놀았다는 자부심을 안게 되었다.

 교육은 변화요 도전이다. 어린이 단원 지도를 도맡은 친목회장님, 공연에 이르기까지 업무를 효율적으로 추진해온 음악부장, 소년의 얼굴이 되어 끝까지 참여해준 행정실장 등 함께한 단원들을 나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다시 한 번 이 칼럼을 통하여 합창단원들에게 늦게나마 고마움과 뜨거운 사랑을 전합니다. 부족한 연습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포기하지 않은 어느 교직원 단원의 용기는 스스로 이룬 기적이며 더욱 멋진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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