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살아가는 일이 /가슴 속 충격을 다스릴 수 있을 터 /말수 줄이는 말 없음이 /큰 마음일 터 / 정광수님의 시 '말수 줄이기' 일부다. 세상과 함께하다 보면 숱한 말의 성찬에 빠질 때가 있다. 2017 충북도교육청의 도의회 행정사무감사 사례를 보자. 점화는 제주수련원 '비공개 객실'이었다. "교육감과 측근용 펜트하우스 아니냐?"며 3년간 특혜 이용 의혹을 따졌고 교육청 답변은 솔직했다. "문제의 두 개 객실을 일반 전환할 경우 연간 4~5천명 수용에 대실료1200만원 수입" 등 대안까지 꼼꼼히 제시, 모처럼 도민들로부터 후한 평가를 받은 것까지는 좋았으나 금세 납득하기 어려운 '겉 다르고 속 다른' 꼼수가 드러나 여론이 빗발쳤다.

 충북도의회 의원 개인은 물론 가족동반으로 이미 비공개 객실을 수차례 이용했다니 몰염치치곤 최상급이다. 공직자윤리강령조차 '나 몰라라' 특혜를 누린 두 얼굴, 애초부터 김영란 법 패싱 이었다. 아직, '속 다르고 겉 다른' 이들의 경위조차 밝히지 않은 채 당(黨)차원 불길로 번져 망신창이가 된 게임에 진화 소식은 감감하다.

 '교육'이란 수식어 앞에 섬세하게 숙고해야할 엄중한 학습으로 겪은 회초리 아니었을까? '특권·특혜' 꼼수, 교육 자치에 흙탕물 일구는 짝퉁 관계자의 중독이 틀림없다. 나 홀로 포만감, 어찌 보면 죽어가는 자기 모습조차 잊어버린 진상 수준이다. 그러기에 과시도 지나치면 방향 감각마저 잃는다고 했잖은가. '이래도 되나'라는 지적이 쏟아진다. 상대를 탓하기 전에 나 먼저 돌봐야 한다. 자기 방식대로 생각하는 출발부터 안하무인(眼下無人)과 무소불위(無所不爲)다. 쿠션 있는 소통이 중요하다. '백년 지 대계' 교육을 다그치면서 되레 해묵은 변칙과 갑질에 길들여져 있음은 부끄러움의 극치다.

 27억 넘는 새해 교육예산이 도의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삭감돼 본회 부활에 기대하고 있다. 예상된 행정사무감사 후유증으로 낯설지 않은 민망함이랄까. 도민을 화나게 한 것은 공감 없는 상태로 서두르다 빚어진 노골적인 행태다. 조례 제정 및 개폐, 예산 심의·확정 및 결산 승인, 행정사무 감사와 조사 등, 집행기관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나무랄 수는 없다. 오히려 준엄한 잣대가 당연하다. 사실, 업무보다 몇 갑절 어려운 게 관계다. 가성비만 높다면 필요할 경우 제주교육원 '비공개 객실' 을 교육위원회기 내내 몰빵해도 문제 삼을 사람은 없다.

 '이이제이(以夷制夷)'란 '오랑캐를 지혜롭게 이용하여 적군을 물리친다'는 사자성어다. 별 힘 들이지 않고 상대들 싸움을 시켜 즐기듯 승리하는 고도 전법 아니던가? 당(黨):당(黨)으로 도의원끼리 '피장파장' 볼썽사납더니 이번엔 도교육청 핵심 사업을 싹둑 잘라 설마 화를 풀려한 걸까. 어설픈 이이제이(以夷制夷)전략이었다. 검증 없이 위기를 돌파하려다 빚어진 블랙코미디로 웃음을 자아낸다. 더욱 우려스러운 건 교육청·의회간 공방이 교육현장을 덮칠 파장이다. 도대체 무슨 낯으로 미래를 움직일 힘 충북교육을 운운할 것인가 도민 앞에 응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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