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병으로 증상에 따라 혈산·기산 등 구분

전음(前陰)은 한의학에서 성기(性器)를 지칭한다. 전음은 종근(宗筋)이 모이는 곳이기에 이곳에 타격을 받으면 항우장사라도 전신 근육의 힘이 빠져 꼼짝할 수 없다. 전음을 남용하여도 같은 증상이 생기며 전음을 주관하는 간(肝)을 상하게 된다. 바람둥이들이 간경화 등 간질환에 노출되기 쉬운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전음의 대표적인 질환은 산병(疝病)으로 증상은 다양하다. 음낭과 아랫배가 아프거나, 허리와 옆구리가 쑤시거나, 아픈 것이 등으로 돌아다니거나, 냉기가 가슴에 몰리거나, 손발이 싸늘하다. 열이 심하고 오한이 있거나, 오싹오싹 한열이 있거나, 대소변을 보지 못하거나 설사하기도 한다. 식은땀을 흘리거나, 복부에 적취가 있거나, 음낭이 커지거나 작아지며 위아래로 오르내리는 등 그 증상이 일정하지 않고, 음낭이 붓고 아픈 것도 일정하지 않다. 한산(寒疝), 수산(水疝), 근산(筋疝), 혈산(血疝), 기산(氣疝), 호산(狐疝), 퇴산 등으로 구분된다.

한산(寒疝)은 음낭이 차갑고 돌처럼 단단하게 뭉쳐 음경이 서지 않는다. 혹은 고환이 당기면서 아프다. 습지에 앉거나 눕거나, 겨울철에 얼음판 위를 건너거나, 비나 눈을 맞았거나, 찬바람을 쏘이며 앉거나 누웠거나, 성생활을 지나치게 하여 생긴다. 오래되면 자식을 낳지 못한다.

수산(水疝)은 음낭이 붓고 아프며, 잠자리에서 음부나 아랫도리에 땀이 나는 경우가 많다. 혹은 음낭이 부어 수정 같거나 가려우면서 누런 물이 나오거나 아랫배를 누르면 물소리가 나기도 한다. 물이나 술을 자주 마셔 수기가 많은 상태에서 성생활을 하여 생긴다.

근산(筋疝)이란 음경이 붓는 것이다. 혹은 짓물러 고물이 되고 뱃속이 당기면서 근이 오그라들거나, 음경 속이 아프다가 심해지면 가렵기도 하고, 음경이 늘어져 거두지 못하거나, 정액 같은 흰 것이 소변으로 나오기도 한다. 성생활을 많이 하였거나 수음(手淫)으로 인해 발병한다.

혈산(血疝)이란 누렇게 익은 오이 같은 것이 서혜부에 생기는 것으로 민간에서는 변옹(便癰)이라 한다. 봄·여름 무더위에 거듭 상한 데다 성생활을 지나치게 하면 발병하는데, 고름이 적고 피가 많다. 정욕이 동하였으나 정액을 사출하지 않아도 발병한다.

기산(氣疝)이란 허리부터 음낭까지 아픈 것이다. 울부짖거나 성내어 기가 울체되어 생긴다. 간혹 소아에게도 발병하는데, 아버지의 나이가 많았거나, 어리지만 병이 많았거나, 음위로 정이 약한데 억지로 성생활하여 만들어진 아이에게 생긴다. 이것은 태속에서 타고난 병이다.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아이들도 발병하기 쉽다.

호산(狐疝)이란 뒤집어진 기와 같은 것이 누우면 아랫배로 들어가고, 걷거나 서 있으면 아랫배에서 나와 음낭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여우가 낮에는 굴에서 나와 소변을 보고 밤에는 굴로 들어가 소변을 보지 않는 것처럼 호산은 위아래로 드나드는 것이 꼭 여우와 같다고 하여 명명되었다.

퇴산이란 음낭이 크게 붓지만 가렵거나 아프지는 않는 것으로, 지대가 낮고 습한 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생기기 쉽다. 여자의 음문이 나온 것도 여기에 속한다.

남자의 경우 요통이 산병에서 기인되는 경우가 많으며 여성들도 종종 그렇다. 산병의 원인은 선천적인 것과 생활에서 온 것이 있다. 품부받은 것이 부실하여 생긴 경우에는 부족한 정(精)을 꾸준히 보해야 한다. 생활을 잘못하여 생긴 경우에는 정이 부족하거나 습·열·담·적이나 한이 울체되어 생긴다. 생활을 되돌아보고 한의사의 진료를 받아 부족하거나 울체된 것을 체질과 병증에 맞추어 치료하면 쉽게 치유된다. 방치하면 성기능 저하는 물론 적취·징가 등의 원인이 되므로 빨리 고쳐야 한다.

▲ 박 성 규 예올한의원 원장 본보 한의학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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